에너지경제
-노금선 한전 사외이사 "누진제 완화는 공익적 관점에서 용인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가 이하의 현 전기요금을 재조정하는 것"

-"요금 개편안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정부에 인가를 요청하겠다고 만장일치로 의결, 정부도 협조하겠다고 약속"

-산업부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제안해 의결한 내용이며, 정부와 사전협의한 바 없다"

김종갑 한전 사장(왼쪽)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두고 한전과 정부 간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종갑, 이하 ‘한전’)는 지난 6월 28일 이사회에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일시 완화를 결정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역대 최대치인 63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한전 이사들이 이를 승인하게 된 이유는 누진제 완화와 함께 전반적인 전기 요금 체계도 개편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들은 한전 주주들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을 당했음에도 이러한 결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한전 이사회는 주택용 전기요금 하계 누진제 개편에 따른 회사의 재무적 손실을 보전해 한전에 재무부담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합리적 요금체계를 실현하며, 전기요금 개편방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누진제 완화에 대한 비용부담 문제와 일부 주주들이 제기한 배임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들의 하계 요금부담 완화와 함께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며, 이와 관련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노금선 한전 사외이사는 "한전 이사회는 현행 누진제도를 바꾸고 원가 이하의 요금을 현실적으로 개편하는 안을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정부에 인가를 요청하겠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며 "어느 나라나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은 공익의 관점에서 정부가 규제를 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물가 문제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계에 요금을 내리는 것은 여름철 냉방기 사용으로 전기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는 국민의 생활 패턴상 공익적 관점에서 용인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진제 자체를 개편하는 것이며, 원가 이하의 현 전기요금을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특히 한전은 상장기업으로서 정부의 규제뿐 아니라 고객의 형평성과 투자자의 장·단기 이익도 전략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이사는 "정부는 11월 30일을 기한으로 한전이 만들고자 하는 요금 개편(안)의 인가 과정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며 "모쪼록 이번 정부에서 누진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원가 이하 요금의 현실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산업부 "한전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제안해 의결한 내용, 사전협의한 바 없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같은 내용을 한전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현재 필수사용공제 폐지,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한전이 필수사용공제의 합리적 개선, 계시별 요금제 도입 등에 대한 전반적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해 인가를 신청하면, 산업부는 법령과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제안해 의결한 내용이며, 정부와 사전협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장관이 취임 후 줄곧 ‘현 정부임기인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강조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 이사들 외에 이낙연 총리, 성윤모 장관과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도 직권남용·강요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한전의 적자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분명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적 발언으로 한전에 압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요금체계는 한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정부에 인가를 요청하게 돼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부분 정부, 즉 산업부가 결정권을 행사해왔다. 주주들은 물론 국민들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전과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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