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공백' 사태 오나...비상임위원 4명 전원 '무자격자'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5 14:18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 이하 ‘원안위’)의 비상임위원 4명 전원이 ‘무자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한빛1호기 원전 과다출력 사고로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원안위 공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상임위원에 엄재식 위원장과 장보현 사무처장, 비상임위원에 한은미 전남대학교 부총장, 김호철 법무법인(유한) 한결 변호사, 김재영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장찬동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총 6명으로 구성 돼있다. 정원은 9명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현황. [출처=원안위 홈페이지]


앞서 김호철 위원은 지난 4월 30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50만원을 받은 바 있다. 원안위 설치법에는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자 단체로부터 연구개발 과제를 수탁하거나 사업에 관여한 사람은 결격’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원안위원이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는 때에는 그 직에서 당연 퇴직'이라고 돼 있다. 김 위원이 원안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김 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현 정부가 임명한 강정민 전 위원장은 원자력연구원 용역 연구에 참여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지난해 10월 사퇴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해 말 국회 의결을 통해 위원으로 추천된 이경우 교수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회의에서 주관하는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해 회의비 25만원을 받은 것이 결격 사유"라고 했다. 
원안위도 “회의비, 자문료, 교통비 등 그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안건 심의의 독립성과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와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원안위법 상 사업관여에 해당되어 위원결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원안위는 그러나 김 위원의 자격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 비상임위원 3인, 원자력 이용자 시설에 재직 중...결격사유 해당

김 위원 외에 한은미, 장찬동, 김재영 위원도 무자격자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원안위 설치법 제10조 제4호는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원안위원이 될 수 없도록 돼 있고,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직에서 당연 퇴직하도록 돼 있다’고 나와있다. 이들은 각각 전남대, 계명대, 충남대에 재직 중에 있다. 

▲원안위법 상 위원 결격사유. [자료=최연혜 의원실]


원안위가 최연혜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위 세곳의 학교는 원자력안전법 제57조의 방사성동위원소 등 생산·판매·사용시설에 해당돼 원안위 설치법 제12조제5호에 따라 원안위에 허가·재허가 등 규제를 받는 ‘원자력이용자’에 해당된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별표1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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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법 제12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자료=최연혜 의원실]

또한 지난해 감사원은 원안위원 자격과 관련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원자력의 이용 진흥과 이에 대한 규제를 독립시키고자 한 원안위법의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적어도 ‘원자력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자는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적시하며, 결격사유 근거를 제시했다.

원안위원 3명이 재직 중인 대학교는 모두 원자력안전법 제57조 방사성동위원소 등 생산·판매·사용시설에 해당되며, 동법 제2조 제20호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의 규정에 따른 ‘원자력이용시설’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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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자격관리 부적정’ 감사결과 보고서. [자료=최연혜의원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연혜 의원은 "한은미, 김재영, 장찬동 원안위원이 원안위의 심의·의결을 받는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에 근무하고 있는 만큼 원안위 설치법을 위반한 무자격자인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원안위가 피규제기관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피규제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3명의 원안위원을 위원직에서 해촉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엄재식 위원장은 "현재 원안위원 결격사유 조항은 금지 대상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기준이라면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국회에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 개정이 진행중인 상태"라며 "상임위에서 역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이 개정된다면 이경우, 이병령 두분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가 전 정권 인사들을 무리하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둔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임명한 원안위원 4명을 결격사유로 사퇴시키고, 자유한국당이 추천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원안위원 2명에 대해서도 법을 확대해석하는 등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임명을 거부했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행태가 지금의 초유의 원안위원 공백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안위 관계자는 
"해당 대학들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안위의 규제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만, 원자력이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위 3명의 위원들이 해당 학교에 재직중인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원자력관련 용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적이 없다"며 "단순히 재직했다고 해서 결격사유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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