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미국 비임상, 임상 1상, 2상, 한국에서 허가받기 위해 시행했던 임상 1상, 2상, 3상부터까지 하나의 일관된 세포로 진행했기 때문에 인보사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상무)

지난 4월 1일, 거리마다 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던 봄의 초입길이었다. 누군가에겐 봄의 길목이었고 어느 누군가엔, 아니 적어도 코오롱그룹에는 ‘악몽’과 같은 날이었을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은 간담회 내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하필 만우절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전무후무한 대형 사고를 터뜨렸으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건 코오롱그룹 임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을 3 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 이달 3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그를 믿고 약을 투약한 3000여명의 환자는 물론 약 6만명에 달하는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도 충격에 빠졌다. 거래소는 식약처의 허가 취소 등을 고려해 결국 코오롱티슈진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티슈진의 가능성과 인보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주식이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버려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아직 상장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번 코오롱 사태는 그 사태의 본질을 넘어 회사 측의 태도와 거래소의 과도한 제재 등으로 여러 구설수에 올랐다. 코오롱 측은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이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식약처의 처분이 과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들을 믿고 인보사를 투약했던 환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만 남기는 행위였다. 만일 소송전에서 코오롱이 승소하고 인보사 허가 취소 처분이 번복된다고 해도 이미 추락한 신뢰도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인보사 사태의 불똥이 증권사에게도 튀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코오롱티슈진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만큼 두 증권사에도 상장 주선업무를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두 증권사가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사이 경쟁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일처럼 이번 제재조치를 비판했다.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인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해 검증을 끝냈는데, 증권사가 이 자료를 믿고 상장을 주관한 것이 잘못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특정 기업의 상장을 주관할 때는 모든 약품을 다 직접 경험해보고 몇 년 뒤 부작용 여부를 확인한 뒤에 상장을 결정해야 하는 거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코오롱티슈진과 인보사 사태의 책임이 주관사에 있다면,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승인한 거래소나 당국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물론 거래소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규정이 있고 거래소는 그 규정에 맞춰서 행동했을 뿐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두 증권사에 제재를 내리는 과정에서 정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고 떳떳했는지 의문이 든다. 코오롱 사태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바이오 기업이 환자를, 투자자를, 그 기업을 믿고 리포트를 썼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금융당국, 식약처, 더 나아가 국민을 속인 전무후무한 사태다. 아무리 규정이 있다고 한들 이번 사태를 증권사에 전가하는 것은 과도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이번 사태가 증권사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권사도 오히려 피해자라는 걸 당국은 진짜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두 증권사의 주관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로 끝을 맺기에는 코오롱이 저지른 잘못이 너무 무겁다. 거래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외 조항도 있다는 걸, 두 증권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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