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회의실로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12번째 국회를 찾았지만 격랑 속에 흔들리는 기업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규제 정글’에서도 일을 벌이려는 기업들은 있지만 기성세대가 만든 ‘덫’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정치권을 향해 또다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청년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찾은 국회에서다. 이는 지난 3일과 9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며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줘야 할 때"라고 일갈한 발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 작업까지 해가며 작전을 펼치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최근 일본의 조치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서로를 힐난하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또 "중국과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정치가 기업으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게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이 이날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달 17일 여야 5당 원내대표 면담 후 한 달만으로, 제20대 국회가 출범한 이래로는 12번째 방문이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규제개혁 법안 처리 지연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 행태, 기득권의 저항, 융·복합 업종에 대한 이해 부재 등을 규제 덫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에게 "이들의 ‘앤젤’이 돼 새로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며 "청년들의 생존을 위한 읍소를 들어주고 ‘개점 휴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속한 입법과 함께 담당 공무원을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해달라"고 건의했다.
박용만 회장이 이처럼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제계를 이끄는 그의 질책은 신성장 사업이 각종 규제와 정부의 전략 부재로 성장 동력을 잃고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면 행정과 입법이라는 양대 기관에도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박 회장의 국회 방문에는 김성준 렌딧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류준우 보맵 대표,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 등이 동행했다. 이들은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위원장과 김종석·유동수 간사에게 계류중인 P2P 지원법과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다.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에게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박용만 회장은 "핀테크 시장에 젊은 벤처인들이 나타나 기존 대기업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높은 진입 장벽과 구시대적 규제 때문에 ‘절름발이 사업’에 그치고 있다"면서 "O2O 분야는 가사, 출장 세차, 세탁 등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사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