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트럼프 '中 관세폭탄' 발언에 투심 위축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7 13:53

美中 대면협상 진척없어...트럼프, 또 中 관세폭탄 으름장
연준 금리인하, 추가 모멘텀 작용 역부족
"강세흐름 효력 끝나 투심 주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필요하다면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미국 증시가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오사카 담판 이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중국에 ‘관세폭탄’을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또 다시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이것만으로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악화조짐 보이는 美·中 관계…"협상타결 이르기엔 먼 길"

▲미국 주요증시(사진=네이버금융)


16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53포인트(0.09%) 내린 27335.6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10.26포인트(0.34%) 하락한 3004.04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5.39포인트(0.43%) 떨어진 8222.80에 거래를 마감했다. 무역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휴전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에 증시도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주 미국 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3.86포인트(0.46%) 오른 3013.77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년 8월 말 ‘2000 고지’에 올라선 이후로 근 5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달성한 것이다. S&P500 지수는 지난 10일 장중 한때 3,000선을 뚫었고, 11일에는 2999선에서 마감하면서 3000선 안착을 눈앞에 뒀다. 같은 날 다우지수는 243.95포인트(0.90%) 치솟으면서 27,332.03에 마감했다. 이 속도라면 다우지수가 조만간 2만8000선을 뚫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 증시 역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부과를 중단하고 협상을 다시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중은 한차례 고위급 전화 통화를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면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상호 고율 관세 완전 철폐,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 시정을 위한 법률개정 약속의 합의문 명기,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규모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먼 길이 남았다"며 "원한다면 우리는 (중국에) 3250억달러(약 383조125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오사카 담판을 통해 무역전쟁에 대한 휴전에 합의한지 보름여 만에 ‘관세폭탄’으로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은 지난달 말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를 보류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우리 행정부는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우리가 맺은 합의를 깨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러나 무역전쟁 휴전 합의 이후 추가 관세를 언급한 것은 처음인 만큼 미중 무역협상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우리의 위대한 농부로부터 농산물을 사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중국이 곧 (농산물 구매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유예하고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즉각 대량 구매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양국간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하는 등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지 않으며 오히려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주석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못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또한 양국간의 무역협상 재개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나는 한때 그(시진핑)가 좋은 친구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아마도 이제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중 무역을 언급, "우리는 연간 5000억 달러(약 590조원) 혹은 그 이상을 (중국에) 잃었다. 3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지식재산권 침해까지 포함하면 전체 손실액은 8000억 달러(약 940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우리가 중국을 재건한 것"이라며 "난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웃긴 상황이 벌어지도록 허락한 우리 과거 대통령들과 지도자들을 비난한다"고 전임 행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특히 "나는 우리나라를 위할 수밖에 없다"며 "그는 중국을 위하고, 나는 미국을 위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만간 재개될 양국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국익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미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계속되는데도 중국이 미 농산물을 더 많이 사들이기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에 좌절했다"고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조만간 미국산 농산물과 서비스의 대규모 구매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상이 진전되려면 중국 측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같은 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미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규제 완화와 새로운 관세 동결과 같은 호의에 대해 중국이 화답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양국은 무역관련 협상을 떠나 중국의 저조한 2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2%로 분기 기준으로는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둔화가 무역 전쟁에 의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것이라며 관세가 중국 경제와 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하기 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협상 타결에 목매고 있는 것은 완전히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협상 타결은 중국만 일방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고 반박했다.

미·중 양국 무역협상단은 지난 9일에 이어 이번 주 전화 통화를 가질 예정이지만 아직 대면 협상을 재개하기까지는 상호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 파급력 약해진 美 연준…‘이미 시장서 금리인하 확신’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


이렇듯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최근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발언에 대한 파급력도 약해졌다. 파월 의장은 이달 말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고 거듭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브레튼우즈 75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많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더욱 강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경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 미국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글로벌 무역과 성장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탄탄한 고용시장, 목표치 2% 부근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확장세가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의 경기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1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잇따라 출석해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역갈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시사한 바 있다.

그동안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시사한 만큼 미국 증시에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주만 해도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발언이 증시에 즉각적인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달 말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번 달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를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MC마켓츠의 데이비드 마덴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약간 개선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뒷심이 돼온 강세 흐름이 효력이 다해간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관망세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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