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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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4일 강원테크노파크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사고로 인해 3명의 사망자를 포함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폭발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태양열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수소 폭발을 촉진시키는 산소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폭발한 3기의 탱크 중 1대는 한계 압력 12기압으로 수소자동차에 사용되는 약 700기압의 탱크에 비해 매우 작은 한계 압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2010년 인근 공장으로부터 공급받은 수소를 정제, 압축, 충전하는 군산 SPG산업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 사고와 매우 유사하다. 이 사고로 인해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같은 해 울산 SK에너지 중질유 분해공장의 시설 보수 과정에서 기계 내부로 수소가 누출돼 폭발이 발생해 7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국내에 보고되는 수소관련 사고는 1963년부터 54건으로 연 1회 이상 발생하였다. 해외의 경우 일본의 수소충전소에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21건, 미국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22건의 수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6월11일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1927년 설립된 Nel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수소는 가장 작은 원자단위의 기체로서 누설 확률이 매우 높고, 대기압에서 매우 작은 농도에서도 자발적으로 점화가 가능하다. 체적농도 기준으로 대기압에서 약 4%의 수소농도에서도 점화가 가능하고 수소연소를 지속시킬 수 있는 수소와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는 폭발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볼 수 있다. 수소자동차를 운행하는 중에 추돌사고가 발생해 그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수소탱크로부터 작은 양의 수소와 가열된 냉각수가 증기 형태로 누출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증기는 바로 응축돼 탱크 주변에서의 수소의 상대 농도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수소의 일시적 연소로 종결될 수 있는 사고는 순식간에 수소 폭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수십 기압의 동적압력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소 연소가 단지 수소 단독의 절대적 양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소, 산소, 그리고 연소를 저해하는 비활성물질(예: 공기 중 질소)의 조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소자동차가 아닌 수소의 생산과 저장과 관련된 시설에서도 얼마든지 누출과 그로 인한 점화와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에는 수소를 활용하는 것에만 방점을 두고 이를 안전하게 규제할 수 있는 사고방지 대책과 규제요건 수립에 대한 전략은 포함돼 있지 않다. 유일한 수소관련 규제요건은 도시가스 품질검사 기준(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 2018-246호)으로서 수소의 경우 체적농도 기준 1%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고압의 가스 공급시설에 대해서는 ‘검출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적은 수소라도 누설돼 폭발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확률에 대한 정량화가 전무하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찾아볼 수 없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매우 작은 확률(백만분의1 확률)의 설계기준사고 또는 중대사고에서 핵연료피복관이 고온증기와 반응해 수소가 발생할 수 있다. 관련해 원자력발전을 안전하게 규제하는 전 세계 규제기관(예: 미국 NRC, 일본 NSR,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에서는 이러한 작은 확률의 사고에서도 수소 폭발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수소의 발생가능성과 저감 능력을 규제하는 요건을 명문화하고 있다. 실제로 원전의 설계기준사고 또는 중대사고의 경우 그 확률이 백만분의 1보다 작은 경우라도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규명하고 각 시나리오별 안전대책을 명문화하고 있다. 1979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확률론적 안전성분석(PSA) 기법을 도입해 예측가능한 모든 사고 시나리오를 규명하고 해당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사고 결말을 미리 분석해놓았다. 예상되는 사고 결말이 주변 환경과 대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전성 강화 대책을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사고관리전략을 마련해놓았다. 이는 2016년 원자력안전법에서 더욱 강화됐다.
이처럼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수소의 생산과 공급에서 활용까지 전 단계에 걸쳐 ‘수소안전기준’과 같은 포괄적이고 구체적, 법적 규제요건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수소경제활성화가 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고, 적은 수소 누출이라도 쉽게 폭발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은 곧 인적, 물적 재해로 이어진다. 수소 에너지 활용에 대한 매우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