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김준기 전 DB회장 스스로 조사 받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8 13:38

김민준 산업부 팀장


며칠 전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포털 인기검색어 상위순위에 올랐다. 김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에 이어 지난해 1월 가사도우미 A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A씨의 자식이라고 밝힌 B씨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DB그룹 전 회장 김준기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글에서 그는 "∼이혼 후 자식 둘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가사도우미를 하게 됐습니다. 그 곳이 김준기 전 회장의 집이라는 사실은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수개월 동안 외국에 다녀온 김 전 회장은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해 왔고, 어머니가 일하는 중에 음난물을 보면서 이상한 소리를 늘어 놓았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성 도착증이 매우 심해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추행과 함께 수위를 더해 거듭하다 김 전 회장은 차마 제 손으로는 적을 수 없는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김 전 회장의 언행들을 녹음하기 시작하셨습니다"는 등의 내용을 자세하게 적었다.

A씨는 2016년부터 1년 동안 김준기 전 회장의 별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가 야한 영상물을 시청한 뒤 강제로 간음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김 전 회장은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 해" "가만히 있어"라고 말한 내용이 실렸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그의 밑에서 3년간 일한 여비서는 그해 2∼7월 사무실에서 자신의 허벅지와 허리 등을 만지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하며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동영상에는 "너는 내 소유물이다"라며 "반항하지 마라"는 내용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비서 고발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그는 와병을 이유로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인터폴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현지압송을 검토 중이라 전했지만 결과는 전무했다. 이듬해 2월 출석이 가능하다던 김 전 회장은 1년 6개월여가 흐른 지금도 여전히 미국에서 와병을 이유로 체류 중이다.

B씨는 청원글 말미에 어머니가 그 집을 나오면서 들은 마지막 말이라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글을 적었다. 현재 B씨의 청원글은 게시 이틀만에 5000건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떳떳하다면 한 때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총수로서 스스로 입국해 당국의 조사에 응해 낱낱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을 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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