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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연구원이 수원사업장 마이크로 LED 개발 라인에서 기판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없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 따라 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는 현재 규제가 강화된 핵심소재 외에도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소재가 많아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그 사이 ‘디스플레이 굴기’로 몸집을 키워온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토 리지스트 |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 에칭가스 | ||||||
국가 | 수입액 | 비중 | 국가 | 수입액 | 비중 | 국가 | 수입액 | 비중 |
일본 | 1억 351만 | 91.9 | 일본 | 1214만 | 93.7 | 중국 | 3002만 | 46.3 |
미국 | 832만 | 7.4 | 대만 | 50만 | 3.9 | 일본 | 2843만 | 43.9 |
벨기에 | 48만 | 0.4 | 중국 | 18만 | 1.4 | 대만 | 627만 | 9.7 |
대만 | 25만 | 0.2 | 미국 | 7만 | 0.6 | 인도 | 3만 | 0.1 |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 소재 국가별 수입 비중(수입액: 달러, 비중: %). 자료=한국무역협회 |
◇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현재 수출 절차를 강화한 소재 품목은 포토 리지스트(감광액·PR), 에칭가스(HF·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종이다. 모두 반도체·OLED 생산에 중요한 소재다.
우리나라가 지난 1∼5월까지 이들을 일본에서 수입한 규모는 1억 4409만 달러(약 1693억 원)로, 해당 3개 소재 전체의 74.2%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포토 리지스트(수입액 1억 351만 달러)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1214만 2000달러)의 일본에 대한 수입 비중은 각각 91.9%, 93.7%에 육박한다. 에칭가스는 43.9% 수준이지만 중국(46.3%) 다음으로 의존도가 높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3개 소재 중 에칭가스에 주목한다. 포토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당장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에칭가스는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에칭가스 순도가 높아야 정밀 회로의 정확도·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데, 현재까지 99.999% 고순도 에칭가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곳은 일본 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 9일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강인병 부사장이 "불산만 약간 문제가 있고 그 외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 "일본과 중국의 품질 차이는 테스트해봐야 하고 현재 시험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대체로 업계는 이번 사태가 ‘금수 조치’가 아니라 수출 절차가 강화된 것이어서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번과 같은 사태는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며 "지금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 추가 규제되면 中, ‘어부지리’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못하고 추가 규제로 확산되면 국내 OLED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소형 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 소재인 섀도마스크를 일본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특성상 일본이 해당 소재마저 수출을 막게 되면 스마트폰용 OLED 생산이 크게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국내에선 몇몇 중소기업이 섀도마스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에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OLED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OLED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의하면 내년까지 세계 중소형 OLED 투자 비중은 중국이 53%로 우리나라(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TFT-LCD 시장에선 중국 기업이 점유율에서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을 앞선 상황이다. 우리 기업이 일본의 규제로 발목이 잡힌 사이 중국 업체가 ‘어부지리’를 누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경우 파장의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와 달리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당장 영향이 제한적이라 해도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시장의 혼란과 동요가 반복될 수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OLED 생산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이 안정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