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등 자산운용수익률 악화...이미 판매한 금리확정형 상품 역마진 우려도
[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이 기준금리 인하라는 겹악재를 맞았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인해 손보사들이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자산운용수익률 악화와 역마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만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을 고려한 차원에서의 조치다.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손보업계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수익률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해 올해 들어 두번이나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1월 전년 손해율 상승분과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을 반영해 평균 2.7~3.5% 보험료를 인상했고, 6월에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취업가능연한을 65세로 상향 조정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반영해 평균 1~1.6%를 보험료를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마감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의 상반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1%로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장기보험 손해율 역시 악화일로에 있다. 장기인보험 시장에서의 과열경쟁과 문재인 케어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의 풍선효과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실손보험 청구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치솟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손보사들은 자산운용수익률마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대부분 국고채와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있다. 이들 상품은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 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간 손보업계는 업황 불황으로 인한 보험 영업에서의 손실을 투자수익으로 상쇄해왔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역마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해왔던 생명보험사들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지만 생보사들도 과거 연금보험 등에서 금리확정형 상품들을 판매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제기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금리 인하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되는 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지급여력(RBC)비율 관리 차원에서 책임준비금을 늘려왔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자산운용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은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와 더불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나 마찬가지다"라며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자산운용수익률 악화와 역마진에 대한 우려 그리고 자본확충 과정에서 난항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