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의 문제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22 08:04

김재식 법무법인 에이펙스 파트너 변호사


전북교육감이 상산고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의 지정을 취소했다. 전북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42개 자율형 사립고 중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24개 자사고들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사고는 헌법 제31조제6항에 따라 법률로 정하고 있는 학교교육제도의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학교로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자사고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및 학교·교육과정 운영비를 지급받지 않고,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법인 전입금기준 및 교육과정 운영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건으로, 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아 지정한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 제1항). 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동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4항 제5호). 그런데 이번 전북교육감의 상산고에 대한 지정취소는 법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과거 상당수 자사고 재지정평가점수는 60점이 기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상당수 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점수를 70점대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전북교육청은 이를 80점까지 높여 상산고의 지정을 취소했다. 지정목적달성의 평가기준 점수를 정함에 있어 과거 재지정을 받았던 자사고와의 형평성은 물론, 70점을 기준으로 삼은 다른 자사고와의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둘째,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은 물론 지정취소 역시 반드시 교육부장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5항). 대법원도 자사고 제도의 성격,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재량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는 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의 개정이유 등에 비추어 볼 때, 동 시행령 제91조의3 제5항에서 말하는 교육부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육부장관의 적법한 사전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아(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4추33판결), 2014년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지 않고 행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았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지정협의에 관한 교육부 훈령’ 역시 지정취소를 위해서는 교육감이 교육부장관에게 2개월을 한도로 반드시 사전 협의를 한 다음에 그 협의결과 지정취소 되는 경우 그 결과를 해당학교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동 훈령 제3조, 제4조 제2항, 11조의2 제1항). 또한 교육부장관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려는 경우에는 따른 ‘특수목적고등학교 등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91조의 23조 제6항). 전북교육감은 상산고 지정취소에 대하여 교육부장관과 미리 협의한 사실도 없어 보인다. 교육부장관은 지정취소 심의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상태다.

셋째, 자사고가 명문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고교서열화를 촉진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공부 역시도 음악이나 체육과 같은 특기의 일종인 세상이다. 공부를 하고 싶고, 잘 하는 학생들은 그 특기를 살려주는 것이 맞다. 공부 잘하는 순으로 고교서열화가 된다는 생각 자체가 낡은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일반고로 보내서 특기를 살리지 못하게 하거나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이 당국의 책무일 수는 없다. 상산고 같은 자사고를 폐지하면 입시위주의 교육이나 고교서열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강남 일반고의 인기가 치솟고 강남 일반고가 다시 서열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강남의 집값까지 오를 기미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에디슨이나 잡스처럼 혁신가 한두명에 의하여 인류는 발전한다. 이런 혁신가를 과연 평준화 교육만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요컨대 자사고의 지정은 물론 지정취소 역시도 형평성이 있어야 하고, 법령을 준수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자사고 정책은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인식으로 당국이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하여 보다 신중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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