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국내소비 위축·미중 무역분쟁·일 수출규제 등 난제 산적
사장단 미팅 등 국내외 동분서주…"직원은 마음껏 가세요"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었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면서 평소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와 고용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업종을 불문하고 위기의식이 높아진 데다 미중 통상전쟁 및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휴가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은 일제히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수들도 올여름 휴가철에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누구보다도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엿새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당분간 경영진으로부터 매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한 현안 보고를 받는 동시에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귀국 다음날인 13일에도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출장 결과를 공유하면서 소재 수급 현황, 사업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에도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장기간 휴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과거 별도로 자신의 여름휴가 기간을 정한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올해도 국내에 머물면서 현안을 챙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마케팅 상황을 점검하면서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최근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아직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2017년부터 그룹 관계사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한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권장하고 있지만, 최 회장은 주로 국내에 머물면서 경영구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솔선수범’ 한다는 취지에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바쁘더라도 반드시 여름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 구 회장은 지난해와 같이 8월 초에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계열사가 올해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데다 국내외 현안도 많아 이를 점검하는 동시에 미래먹거리 발굴과 인재 육성 방안 등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엄중한 시기’라는 판단에 따라 여름휴가에 대해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달초부터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재계 유력 인사들을 접촉한 신 회장은 최근의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자신의 일본 핫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은 곧바로 전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2019 하반기 ‘롯데 Value Creation Meeting(VCM)’을 진행했다. 닷새 동안 진행하며 20일 마무리 된 VCM에서 신 회장은 최근 위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 법인세 인상, 미중 무역분쟁, 일 수출규제 등 국내외 기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꿀 것"이라면서 "하지만 임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높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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