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브스 "中, 이란산 원유 100만 배럴 이상 구매"
美, 이란과 갈등격화로 강공 나설듯
일각선 단행시 양국 분위기 '찬물'
"한층 완화된 카드로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AP/연합)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무역협상을 넘어 이란산 원유로 확대되고있다. 양국이 무역협상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대(對)이란 최대압박의 수단으로 이란산 원유수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최근에도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보다는 최대한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란산 원유' 둘러싼 미국·이란·중국의 삼각관계 

미국 매체 포브스는 최근 "중국은 지난달 이란산 원유를 100만 배럴 어치 이상 구매하는 등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를 위반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원유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협상 막판 이견으로 그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의 확전을 맞았다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간신히 2차 휴전에 접어들었다. 이후 양국이 대면협상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지 못하면서 무역전쟁 재발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 경우 양국의 관계는 극한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5월부터 대(對)이란 최대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해 이란으로 향하는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에 적용되던 이란산 원유수입 관련 한시적 예외조치는 지난 5월 2일 만료됐다. 이를 어긴 국가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금까지 이란산 원유를 계속해서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도 약 15만에서 22만 배럴(bpd) 어치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가이면서 인도와 함께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이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매월 발간하는 통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OPEC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월 일평균 약 950만 배럴(bpd)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 중 러시아산 원유가 전체 수입량의 16%를 차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12%), 이라크(11%), 앙골라(9%)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약 2.7%, 약 25만 5000 배럴(bpd)로 추산됐다. 

포브스는 "중국 해관(세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중국의 이란산 원유 평균수입량은 58만 5000배럴(bpd)로 집계됐다"며 "5월 초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 종료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줄어든 건 맞지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를 전면 중단하길 바라는 미국 입장에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S&P 글로벌 플래츠는 "이란과 중국 간의 원유거래가 지속되면서 미국이 이란을 대상으로 한 ‘최대 압박’ 효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대(對)중국 제재 거론하는 美…미중 무역협상 악영향 우려도

이렇듯 중국이 지난 5월 2일부터 이란산 원유구매를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중국은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의 압박에 불만을 제기했다. 중국 외교부 군축담당 국장은 지난달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핵협정(JCPOA) 이행 관련 공동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거부한다"며 "예외를 두지 않은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에게 에너지 안보는 중요하다"며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세 명의 미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고위 행정부 관료들은 중국이 지난달 1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거역했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이에 중국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할지 여부와 어떤 방식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한때 미국이 중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이미 무산됐다. 일부 외신에서는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이 이란 유전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 대한 현물 지급 방식으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미 국무부와 중국 시노펙이 협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과 협의는커녕 오히려 국가안보회의(NSC)의 대중국 매파들은 중국을 상대로 제재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 원유 수출을 ‘제로화’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과제다. 특히 최근 이란의 핵 합의 이행 축소 및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도발 등으로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이 전면으로 치달은 만큼 미국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일부 허용해주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됐다.

문제는 중국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경우 간신히 협상 국면으로 전환된 무역분쟁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제재는) 양국의 무역협상을 보다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 관계까지 껄끄러워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다짜고짜 양국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움직임을 취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제재 부과보다) 한층 완화된 카드를 던질 경우, 에너지에 대한 중국과 이란의 이해관계는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보다 완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꾸준히 수입할 경우 한층 더 강력한 제재로 위협하는 동시에 미국산 또는 협력 국가의 원유를 대안으로 제안하자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셰일혁명’에 힘입어 2020년까지 글로벌 원유시장은 공급 과잉 현상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어느 때보다 충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신 월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원유시장의 공급량이 하루 평균 90만 배럴 초과했다"며 "올해 남은 기간과 2020년에도 상당한 물량의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포보스는 "미국의 6월 셋째 주 원유수출량은 377만 배럴(bpd)수준으로, 중국이 15만에서 25만 배럴 규모로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를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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