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폭염' 유럽 몸살..."2천년간 이런 온난화는 없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28 10:30

▲프랑스 파리의 역대 최고 기온인 섭씨 42.6도를 기록한 25일 에펠탑 앞에서 시민들이 분수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때 이른 무더위로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한 폭염이 지나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프랑스 등 서유럽에 또 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대의 뜨거운 바람이 이동한 온난전선의 영향으로 인해 유럽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지난 25일(현지시간) 낮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2분 파리 몽수리에서 측정한 기온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기온을 웃도는 42.6도로, 수도 파리의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파리의 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은 18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이날이 두 번째다. 파리는 1947년 7월 28일에 40.4도를 기록한 바 있다.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도 줄줄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트루아의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오후 3시에 41.4도까지 오르며 기존의 기록인 2003년 8월 12일 40.6도를 넘어섰다. 루앙 40.7도, 릴 40.5도, 덩케르크 40도 등 비교적 선선한 지역인 북서부 영국해협 연안 도시들도 잇따라 기존 기록을 깼다. 프랑스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프랑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한 곳의 가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영전기회사 EDF는 남부 타른에가론 도(데파르트망)에 소재한 골페슈 원전의 냉각수가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해 지난주에 2기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프랑스는 지난 2003년 최악의 폭염으로 2주 동안 노인 등 무려 1만5000여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 4월 화재 참사를 겪은 뒤 복원 중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아치형 천장이 폭염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화재 당시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을 머금고 있는 석조가 폭염으로 빠르게 마르면서 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도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연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다. 벨기에 기상청(MRI)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독일 국경 인근의 클라이네 브로겔의 기온이 40.6℃까지 올라가 지난 183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 기온을 다시 갈아 치웠다. 해당 지역은 전날 39.9℃까지 올라 186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한 바 있다. 네덜란드어권인 버헤이넨데이크는 전날 최고기온이 41.8℃까지 올라가 지난 183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벨기에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벨기에 기상청은 "대서양에 저기압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베리아반도로부터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영향을 미쳐 현재 벨기에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벨기에 기상청은 지난 24일 0시를 기해 해안 지대를 제외한 벨기에 전국에 폭염 적색경보를 내렸다. MRI가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경보는 26일 밤까지 계속됐다.

독일도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니더작센주(州)의 링겐에서는 독일 기상관측 후 최고기온인 42.6도를 기록했다. 옛 서독의 수도 본에서는 40.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 최고기온은 4년 전 바이에른주(州) 키친겐에서 기록한 40.3도였다. 특히 전력회사 프로이센엘렉트라는 냉각수로 쓰이는 베제르강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그론데 지역의 원전 작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프로이센엘렉트라는 고온 현상이 계속될 경우 바이에른주의 원자로 2기에 대해서도 작동을 중지할 방침이다.

네덜란드도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덜란드 기상청(KNMI)은 이날 오후 2시 54분께 벨기에 국경 인근의 힐즈 레이엔 지역의 기온이 40.4℃까지 오르며 75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전날 오후 3시께 기온이 38.8℃까지 올랐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은 전날 최고기온이 39.3℃까지 올라 지난 1944년 이후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영국은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등보다는 양호했지만, 런던이 7월 기온으로 역대 최고인 36.9도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세 아기가 가족이 보지 못한 사이에 햇볕을 받아 과열된 자동차에 올라탔다가 숨졌다.

▲서기 1~2000년의 기온변화 및 범위 그래프. 시기(X축)별로 정상기온에서 벗어난 온도(적색~청색)와 지역 범위(Y축)를 나타낸다. 상단 그래프는 연 단위, 하단은 51년 단위를 작성된 것이다. 20세기 말처럼 짙은 적색 그래프가 높이 올라가 있는 곳이 없다. (사진=네이처 논문)


◇ 다시 찾아온 무더위에 거론되는 지구온난화…"지구온난화는 전례없는 현상"

이렇듯 지난달에 이어 최근까지 유럽지역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클레어 널리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최근 유럽의 불볕더위에 대해 "기후변화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말 40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무더위 현상은 표면적으로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유럽 기상당국이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옥스포드대학의 환경변화연구소 부국장인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유럽의 열선은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극한 상황 중 하나"라며 "남부 유럽에서 열파의 가능성은 산업화 이전보다 10배나 커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20세기 말부터 거론된 지구온난화 현상은 그 규모와 범위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전례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학 지리학연구소의 라파엘 노이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무 나이테와 호수 침전물, 산호, 빙하 핵 등 약 700개의 척도를 활용해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 기온이 20세기 말처럼 거의 지구 전체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 사례는 이번이 이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지구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기온 변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 아니고 인류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일부 주장을 일축시키는 근거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00년 간 로마 온난화시기(250~400년)나 중세 온난화시기(800~1200년), 소빙하기(1300~1850년) 등처럼 기온이 장기간에 걸쳐 상승하거나 하락한 시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해당 기간은 지구 절반 이상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이 아닌 일부 지역에만 한정해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연구진에 따르면 20세기 말 지구 98% 이상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해 온난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이콤 박사는 "인류가 현재의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확인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개되는 온난화 속도와 공간적 양상은 자연적인 원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컬럼비아대학의 기후과학자 네이선 스타이거 박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연료와 인류의 활동이 지구 기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결정적인 추가 증거"라고 강조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기후학 교수 마크 마슬린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최근에 관측되는 일관된 지구 온난화를 자연적 기후순환의 일부라고 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며 "과거의 지역에 국한된 기후변화와 인류가 만든 지구 전체에 걸친 온실가스 효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지반침하 문제로 2100년이면 인도네시아의 해안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지하수 개발 등으로 인한 지반 침하 문제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CNN은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원의 트리 누크 푸지아스투티 사회과학과 인문 부장을 인용해 "전문가들이 2050년이면 인도네시아 해수면이 25∼50㎝ 상승하고 2100년이면 대부분의 해안도시가 침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과학연구원의 스리 수나티 푸르와닝시 지역문화연구센터장은 "자카르타와 스마랑, 드막 같은 해안 도시들이 해안 홍수와 지반침하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는 이주 비용과 복구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연구원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적 접근으로 정확하게 예측하고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