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최태원과 박영선, 이해진과 김상조, 이재웅과 최종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29 17:36

▲산업부 정희순 기자.


얼마 전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인과 정부부처 수장 간에 설전이 오갔다. 강연 초청을 받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도 핵심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소재 산업의 국산화’를 당부하자, 최태원 SK 회장이 "결국 품질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후 최 회장의 반응을 접한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라며 “모든 것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라며 “지금 필요한 건 서로에게 기회를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의 공방은 산업을 대하는 대기업과 정부부처 간의 견해차를 보여주는 일화로 회자됐다. 

이게 아니라도 정부부처 수장과 기업인 간의 설전은 최근 여럿 있었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간의 공방, 이재웅 쏘카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정부부처 수장들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혁신을 통한 그늘도 품으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혁신가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최선 다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GIO는 "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혁신에 따른 그늘은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고민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화로 재조명된 세종대왕은 ‘한글창제’라는 쾌거를 이루어낸 최고의 혁신가로 꼽힌다. 역사적 논쟁이 남아있긴 하지만 한글의 보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당시 존재했을 거라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고 사회적 반발에 가로막혀 한글 보급을 망설였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일련의 사태를 보면 현 정부가 기업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최 회장의 말처럼 기업은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면 된다. 사회의 그늘을 보듬어야할 정부의 역할까지 기업에게 맡긴다면, 어느 누가 ‘혁신’을 위해 뛰어들 수 있을까. 정부가 혁신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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