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오세영 기자 |
"<일본 정부, 한국 ‘백색국가’ 제외 개정안 각의 처리>에 대해 모든 기자들은 부서별 대응 방안 취재해 마감할 것" 아… 비상이다. 편집국에 비상 걸렸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멈추고 데스크의 취재 지시에 따라야 한다. 내가 특종기사를 쓰고 있던 대통령 할아버지랑 독대를 하고 있던 상관없다. 그야말로 ‘비상’이다. 기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는 건 단순히 ‘우리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아니다.
광화문 일대에는 ‘NO! 아베’의 물결이 요동친다. 젊은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했을 일본 여행 계획을 과감히 바꾼다. 소비자들은 어린이 물품부터 제약까지 그동안 사용했던 일본 제품을 버리고 대체품을 찾아 구매한다. 가장 이기기 힘들다는 관성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민들은 비상사태를 이겨내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서도 국민들의 뜻에 힘을 싣는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을 결성했다. 강남구청은 압구정 로데오 일대를 장식하던 만국기 대열에서 일장기를 빼버렸다. 개개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리셔야 하는 국민의 대표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분들은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본질 흐리기를 시작했다. 주말 내 정치권은 여야공방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개정안을 의결했다는 바로 그 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일식집에서 오찬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해찬 당대표가 일본 술인 ‘사케’를 마셨다는 점을 꼬집기 시작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사케가 아니라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을 마셨다고 해명하자 이번에는 ‘일식당에 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지적했다. 대체 모두가 비상인 이 상황에 점심 한 끼를 두고 입씨름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각종 강행에도 끄떡없을 때 일본은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반대로 우리가 물러나면 다음에는 일본이 무엇을 요구할 생각인건지,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역사를 돌이켜보며 밤샘 토론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헌데 그 날 점심 식사에 오른 술이 사케인지 백화수복인지가 ‘뭣이 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