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
[기고=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보상금 감정평가를 담당하는 감정평가사들은 감정평가사 자격 취득 전 수험생 시절부터 철저히 학습하는 보상 감정평가의 원칙이 있다. ‘개발이익 배제의 원칙’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에서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산권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계를 규정하면서 ‘공공필요’가 인정될 경우 재산권을 국가 등이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강제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정당한 보상에서 개발이익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도록 여러 가지 법률상·감정평가 기법상 장치를 두고 있다.
개발이익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발생한 토지의 가치 증가분을 의미한다. 개발이익을 보상금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시각의 원천은 개발이익 자체가 수용 당하는 토지 소유자의 노력 없이 해당 토지가 우연의 일치로 개발 사업 부지 내에 있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이른바 불로소득이라는 시각이다. 공공 영역의 개발 사업은 세금 등 공적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개발이익 역시 공공의 것으로, 수용 당하는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이익을 분배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시각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확립돼 우리나라 보상 관련 법제에서도 보상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를 선정할 때, 그 해 공익 사업 시행으로 인한 공법상 제한(용도지역 등)의 변경은 반영하지 않도록 하거나 표준지공시지가의 적용 시점을 사업 시행 인가일 이전으로 고정하고, 표준지공시기가의 시가 반영률을 결정하는 ‘그밖의 요인’ 보정에 있어서 개발이익이 반영된 것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개발이익을 배제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이러한 개발이익 배제의 원칙이 정당성을 가지는 이유는 사업 시행자에게 수용할 수 있는 권리의 원천이 사회의 공공 필요, 다시 말해 공공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용 당하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개발이익 공유 없이 개발 사업 발표 전 지가 수준으로 보상을 하고 토지주를 원활히 퇴거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의 성격과 개발 사업의 내용 등이 공공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드는 의문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이 수용의 주체가 되는 경우다. 골프장이나 리조트, 민간 아파트 건설 주체인 민간 기업에게도 공공 필요라는 명목 아래 강제 수용권이 설정되고 있다. 민간 기업 사업에 공공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만큼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큰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보다 더 큰 두 번째 문제는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과다 이윤 향유의 문제다.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달 24일에도 경실련은 ‘광교신도시 개발이익의 95%가 건설업자·민간에게 돌아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답·임야 등 원형지를 116만 원에 수용해 민간에 856만 원에 매각했으며, 건축비를 620∼920만 원으로 책정해 분양한 것을 근거로 13조 원의 개발이익이 건설사와 피분양자 등 민간 영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개발이익 추정치의 타당성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최소한 경실련이 제시한 택지 수용 단가와 평균 택지 분양가격은 감정평가 입장에서는 일견 타당성이 있는 가격 수준으로 보인다. 13조 원까지는 아니라도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공공성을 상실한 채 민간 영역의 투기 자금으로 전용돼 민간이 향유한다면 공공성을 전제로 한 개발이익을 배제한 보상평가는 그 정당성을 잃게 된다.
현재 ‘수도권 30만가구 주택 공급 로드맵’으로 시작된 ‘3기 신도시’가 보상 감정평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너무 쉽게 공익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보상 체계를 유지하려면 피수용자를 향유 주체에서 철저히 배제시킨 개발이익이 온전히 공공의 것으로 돌아가도록 국가에서 환수해 주거 안정과 산업용지 공급 등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또 최소한 이주자에 대해서는 정신적 피해를 포함한 생활 보상을 확대하거나 획기적인 원주민 재정착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그래야 매번 반복되는 개발이익 사유화 논란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