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제약·바이오株, ‘검찰’이 발목잡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06 06:02

금융당국, 정권에 따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 '왔다갔다'
‘무죄 추정의 원칙’ 지키지 않고 ‘분식회계’ 프레임 무게
거듭된 구속영장 청구 → 기각 반복...기업 경영도 ‘차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셩하고자 한다."(문재인 대통령, 2019년 5월 22일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

문재인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3대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바이오헬스 산업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코오롱그룹의 인보사 성분 변경 논란 등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유일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내부 이슈가 아닌 정치적인 공세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검찰이 더 이상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무죄 추정의 원칙’ 아래 회계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계속된 영장 기각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 동력이 한 풀 꺾인 상황에서 정권에 입맛에 맞춰 수사를 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특정 기업은 물론 한국 제약·바이오주의 발목을 잡는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당국 말바꾸기에...주가 57만원→25만원대로

▲최근 1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추이.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올해 1월 2일 37만4000원에서 이날까지 무려 30%가량 급락했다. 전일에는 장중 25만8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지기 직전인 작년 4월 13일까지만 해도 주가가 57만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이어 검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며 주가는 25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문제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시작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줄줄이 침체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올해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의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신라젠은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영향으로 이날까지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제약·바이오주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다른 바이오주는 침체기에 빠진 원인이 조금 다르다는 평가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 등 다른 제약·바이오주는 임상문제 등 내부적인 이슈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는 정치적인 공세와 밀접하게 연관됐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말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적합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을 때도 금감원은 아무런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참여연대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작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회사 검찰 고발 등의 결정을 내렸다. 정권이 바뀌고 특정 기업에 대한 결정을 번복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믿고 거래하던 고객사들도 피해를 봤다. 


◇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도...'무죄 추정 원칙' 삼바는 예외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 5월 25일과 7월 20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수집,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췄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해서 현재까지 구속된 실무자는 한 명도 없다. 증거인멸 관련해서는 지난 6월 보안담당 안 모 대리만 구속된 상태다. 이렇듯 이미 거듭된 영장 기각 등으로 검찰의 수사 동력이 약해졌고, 전문가들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9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수사당국이 분식회계 여부를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이슈에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가다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법원의 영장 기각에도 검찰은 회계법인과의 허위진술 공모, 증거인멸 시도 등을 근거로 들며 "수사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여부는 아직 사법적으로 확정이 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수사당국이 계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등을 이어가면 회사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은 유죄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이 원칙이다"며 "말로만 무죄 추정이라고 해놓고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 검찰 이슈에 삼성바이오 경영 사실상 마비

실제 증권가에서는 검찰 조사 이슈 등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수주 속도가 둔화됐고, 사실상 경영이 마비돼 4공장 건설 검토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올해 3공장 20% 가동, 3공장 50% 이상 수주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리포트에서 "회계 이슈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고객사 유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3공장 목표 수주 및 가동률은 회계 이슈가 종결된다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국내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회사나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수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가 길어질수록 고객사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고객사가 인정한 '삼성바이오' 경쟁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재성 공시에도 투자자들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말 다국적 제약사 UCB와 세번째 제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UCB와 2017년 12월 첫 번째와 두 번째 제품 계약을 맺은 후 17개월 만에 세 번째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의 최소 보장금액은 3400만 달러(403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검찰 수사라는 악재에도 세계 10대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삼성바이오의 기술력이나 품질, 경쟁력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득 될 게 없다"며 "분식회계는 전문가들 판단에 맡기고, 한 기업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나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검찰 수사나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함부로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