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품목 개발에만 수십년에서 수조원 들어"
"국산화 성공해도 시장 작아 기업도산 불보듯"
"감정적 접근은 국민만 자극…실용적 판단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해 1∼5년 내 국내에서 자체 공급하겠다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대해 업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5일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 국가에서 대체재를 찾고 이를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민간이나 기업에서 이 같은 일을 안 한게 아니다"면서 "품목마다 다를 수는 있느나 특정 품목은 일본산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트러블이 생기고, 다른 국가의 대체재를 사용해도 제품의 질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천기술이나 소재 국산화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몇 십 년이 걸기고 비용 역시 천차만별이겠지만 단기 품목별로 수조원이 넘게 든다"면서 "일본에 의존성이 높은 100대 품목을 정해놓고 1년에서 5년 내에 10조원 정도를 투입해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정 소재 품목은 시장이 너무 작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 생산하면 그냥 수입해서 쓰는 것이다.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국산화에 성공했더라도 판로가 없는 그 기업은 얼마 안가 도산할 것이 뻔하다. 정부가 향후 이런 기업들의 판로까지 책임질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수급위험 대응 물질에 한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와 기존 사업장의 영업허가 변경 신청을 기존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안을 담았다. 반도체 등 설비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시설관리 기준 적용도 완화할 방침이다. 또한 국내에서 신규 개발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물질정보 및 시험계획서 제출 규제를 완화하고 연간 1톤 미만의 신규 제조 또는 수입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2년 동안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해 주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500여 품목에 한해서만 화학물질을 수입할 때 신고서를 작성하게 했지만, 개정된 화평법은 7000개가 넘는 모든 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이를 신고하고 등록하게 돼 있다"면서 "신고를 하려면 40개가 넘는 항목에 대해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기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필요하다. 소재·부품 등의 국산화를 촉진하려면 이 같은 규제부터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기업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외교적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대내적으로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