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혁의 눈] 재난 보도 시 피해자를 주목하지 말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06 10:50

지난달 31일 목동 빗물 저류시설 공사현장에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뉴스 목록은 삽시간에 사고 내용으로 도배됐다. 미디어는 발 빠르게 현장의 소식을 전했지만 일부 기사들은 사고 피해자의 가족을 인터뷰하거나 개인의 사정을 전하거나 사고 원인을 가정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사연이 기사화됐고 인재(人災) 가능성, 관계 기관의 책임공방 등이 전해졌다. 이때까지도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많은 사건 사고를 겪었지만 재난 보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강릉 펜션 사고 때는 학생들의 모교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헝가리 유람선 사고 당시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망 보험금 관련 내용을 보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단체는 재난 발생 시 취재와 보도 기준을 담은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상황이다.

재난보도준칙 제15조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8조는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제20조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반드시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 없고 이를 어길 시 처벌도 모호하다.

재난 상황에서 미디어는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사고 피해와 구조 현황을 전달하고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해 새로운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자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요즘은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신속하고 정확한’이라는 가치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새로운’이라는 의미로 퇴색된 듯하다. 공익성과 알 권리를 이유로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했는 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가 피해자를 주목할 때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고 직후 피해자의 아버지가 올린 글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마 그것이 미디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깊은 슬픔과 진심일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신준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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