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조원 육박 실적에도 농협생명·손보 부진…비은행 순익 비중 15%까지 감소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 본사에서 열린 ‘2019년 상반기 농협금융 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농협금융)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NH농협금융그룹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는 것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보험사들이 부진한 모습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체질개선’을 내세우며 각 자회사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비은행 강화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997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0.2%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순이익 상승이 NH농협은행 성장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농협은행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상승한 8456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 총순이익의 84.8%를 차지한다.
은행의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금융 순이익은 8295억원, 농협은행 순이익은 6684억원으로 농협은행 순이익 비중은 80.6%였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84.6%에서 0.2%포인트 더 늘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도 올해 막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을 제외하고 농협금융그룹의 은행 의존도가 높다. 상반기 각 금융그룹 순이익에서 은행 비중은 신한금융그룹 65.4%, KB금융그룹 67.4%, KEB하나금융그룹 80.2% 순으로 낮다.
농협은행이 지난해부터 급격한 순이익 상승세를 보이며 그룹 내 순이익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농협 보험사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NH농협생명 상반기 순이익은 121억원으로 전년 동기(501억원) 대비 75.8% 감소했다. NH농협손해보험 순이익은 59억원으로 농협금융 계열사 중 가장 적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년 상반기(205억원)에 비해 71.2% 감소했다. 순이익 증가폭만 보면 두 보험사에서만 526억원이 전년보다 줄었다. 농협생명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로 인해 발생한 환헤지 비용 충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농협손보는 가축재해보험 등 정책보험 손실과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발생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순이익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 다음으로 그룹 내 순이익 규모가 큰 NH투자증권은 상반기 278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상반기보다 13.7% 더 많은 순이익을 내며 실적 개선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외 상반기 순이익은 NH농협캐피탈 277억원, NH저축은행 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7%, 35.5% 확대됐다. 전년보다 증가세를 보였으나 규모가 적어 농협금융 비은행 부문에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순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같았다.
농협금융이 은행 성장에 기반한 실적 확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균형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수 회장 또한 지난해 4월 취임할 때 ‘시너지 극대화’를 내걸며 금융지주와 자회사, 자회사 간 협업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회사 수익극대화가 그룹 차원 이익이 되지 않는 구성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5월에는 2기 경영방향 중 하나로 각 자회사가 본연의 사업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의 체질개선을 내세웠다. 김 회장이 취임 때부터 꾸준히 비은행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농협 보험사들이 어떤 성적을 내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농협생명은 1141억원의 손실을 냈는데 올해는 이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순이익은 1분기 3억원에서 2분기 118억원으로 증가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등 경기하방 우려가 크다"며 "내실중심의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