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관리령 공포···산업계 ‘예의주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07 15:55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이종무 기자] 일본이 7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 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우리 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외에 개별허가 강제 품목이 추가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후폭풍들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수출 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다. 이 요령은 1100여개 전략물자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한국 기업의 추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일본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한국만을 타깃으로 ‘개별허가’를 강제하는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다른 산업군에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은 피한 셈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일단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이 더 늘어나지 않았고 이미 한달여간 대응책을 바쁘게 마련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규제 조치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지는 않고 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향후 관련 품목이 개별허가로 추가 지정됐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수출 금지로 확전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자체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부를 믿고 함께 대처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석유화학, 자동차, 배터리 등 추가 규제가 예상됐던 업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이들은 핵심 소재와 관련해 유럽·중국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달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의 경영 시계는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전자 계열사 사장단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최근 그룹 차원의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일본과 갈등에 따른 대응 방안을 긴급 점검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일본 출장길에 연이어 오르는 등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계의 행동도 빨라졌다. 서울대학교는 공대 교수 320명이 참여하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특별전담팀을 7일 발족했다. 서울대 공대 소속의 반도체공동연구소, 차세대 자동차 연구센터,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 신소재공동연구소,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등이 각각 기술자문을 지원하는 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수출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만 되는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백색국가 제외 기조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어 일본이 대한국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했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흔히 예상하는 ‘확전’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수출기업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고 나아가 이는 자국민 여론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나라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에 있음을 감안하면 한·일 정부간 극적인 타협이 성사되지 않는 한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전자·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고 일본 자국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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