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광복절에 되새겨야 할 세 가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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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법무법인 에이펙스 파트너 변호사

광복절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8월 15일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래서 이날이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기념하는 날인지 아니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공교롭게도 둘 다 8월 15일이다). 위 법률 시행 다음 해인 1950년 광복절과 그 다음해인 1951년 광복절은 1948년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그 뒤인 1952년 광복절부터 1945년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날을 기념하는가라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광복절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날인지, 광복절에는 어떤 각오를 되새겨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당시 승전국이던 미국, 영국, 소련, 중국의 국제정치과정에서 글자 그대로 ‘주어진’ 측면과 국내외 독립운동 선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쟁취한’ 측면 모두의 입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역사를 살펴본다면, 독립운동 세력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 식민지였던 한반도는 해방될 수도 있었고, 여전히 일제에 병합된 상태의 식민지로 남거나 한반도 주변의 다른 나라에 병합되거나 그들의 사실상 속국이 될 가능성이 꽤 있었다.

그러므로 광복절에 우리는, 도대체 나라를 왜 잃었는지부터 35년 후 왜 그 나라가 해방과 독립이라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과거와 오늘의 국제정치에 대하여 냉철하게 되짚어, 앞으로 열강이 둘러싸고 있는 한반도에서 어떤 전략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지를 점검해 보면서,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물론 해방과 독립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던 선열들과 그 유족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날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다.

둘째, 1945년 8월 15일 해방은 정말 기쁘기 그지없는 행복한 날이지만, 냉정하게 볼 때 승전일이거나 독립기념일이 될 수는 없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는 3년간 대한민국 정부라는 것이 없었는데 어찌 이를 두고 독립 상태라고 볼 수 가 있겠는가, 한반도는 38도선을 기준으로 북쪽에서는 소련이, 남쪽에서는 미국이 점령하여 모스크바 3상회의, 미소공동위원회의 등을 통해 열강이 각축을 벌이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그 뒤 남한 지역만의 유엔 감시하의 5·10총선거, 국회 개원, 헌법제정을 거쳐 1948년 8월 15일 (비록 남한지역 만이었지만) 유엔이 인정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미군정이 종식됐다. 그러므로 1948년 8월 15일부터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주권을 회복하고 비로소 ‘독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출발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광복절로 기념하는 것은 독립의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과 여러 시책 연설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자유와 민권을 표방했다. 자유와 민권! 이 가치야야말로 한반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가치였는데, 비록 미비한 점이 있었지만 방향은 올바른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혜안과 용기를 가졌던 선각자였음을 알게 해 준다. 만약 당시 남한에서나마 자유와 민권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이 건설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늘날 한반도 전부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되어 있거나 동남아의 저개발국의 하나로 전락해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룬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1948년 자유와 민권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대한민국이 전진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그러므로 광복절에 우리는, 1948년 8월 15일 자유와 민권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표방하면서, 독립을 막 시작한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되새겨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은 한반도 내에서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정부였으므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때,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유엔국가가 참전하여 엄청난 희생을 하였고 전후 복구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므로 광복절에 우리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이를 지키고 도움을 주면서 희생과 노력을 다한 미국을 비롯한 유엔 세계 각국에 존경과 감사를 계속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룩한 여러 성취를 가지고 북한을 끌어안아야 하고, 대한민국이 세계의 모든 나라와 그 성취를 나누는 나라라는 비전을 천명하고 계속 재확인여야 한다.

2019년 올해 광복절은 좋지 않은 경제상황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미중 무역 분쟁,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의 영공침범 등 온 나라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1945년 국제정치질서를 이해하고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의 용기와 지혜에서 배우고 1948년 자유와 민권을 기반으로 하는 올바른 방향의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왔던 혜안을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허재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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