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민병무 금융증권 에디터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최애제자’ 자로를 보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도록 했다. 자로가 애끊는 소리가 나오는 곳을 찾아가 보니, 한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자로가 물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이렇게 슬퍼 하십니까?" 그러자 울던 여인이 대답했다. "몇 년 전 저희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해 세상을 떠나셨는데, 지난해에는 남편까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고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 물려 죽었습니다."

그러자 자로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이사를 가면 되지 않습니까." 여인은 흐느낌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모질고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재물을 빼앗는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없습니다. 그래서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자로는 돌아와 스승에게 이 내용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명심하거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예기(禮記)’에 나오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여기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호환(虎患)보다 더 무시무시한 공포는 세금을 왕창 물리거나 재물을 뜯어가는 일이었다. 현대 법률 시스템이 완비되면서 이런 수탈은 없어졌지만, 요즘 가혹한 정치보다 더 무서운 놈이 나타났다. ‘오럴 테러(oral terror)’다. 함부로 말을 내뱉어 상대방의 마음에 사정없이 비수를 꽂는다. 노골적·원색적 조롱과 야유가 넘쳐난다. 대부분 정치인들의 입이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8·9개각을 단행하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정면충돌하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 적임자라며 엄호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권은 청문회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들며 지명철회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검증 과정에서 거센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거친 설전이 낯뜨겁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개혁은 국민의 명령이 분명하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 내정은 사법개혁 의지가 분명해 보이고 정당한 것이다"라며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 완수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신독재 완성’ ‘검찰 도구화’라며 (조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논리는 막무가내다"라며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눈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 후보자는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다"라며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저히 말이 되는 얘기냐"라고 조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이 ‘서로 존중 5대 약속’이란걸 내놓았다. (1)반말하지 않겠습니다. 상대를 존중하겠습니다. (2)함부로 묻거나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생활과 정체성을 존중하겠습니다. (3)술 중심 문화를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다양한 형식의 모임을 존중하겠습니다. (4)발언을 독점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의 말할 기회를 존중하겠습니다. (5)나의 주장만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나를 지적하는 의견도 존중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다섯가지 약속에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저부터 실천하겠습니다" "좋다∼이런 문화운동" "정말 멋집니다" "이거 기본 예의 아니겠습니까? 이런 예의 없으면 꼰대입니다" 등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만 성실하게 지키면 적어도 말에 상처받는 일은 없을듯하다.

국민들은 요즘 ‘회사 사정이 안좋은데 짤리면 어떡하지’ ‘갑자기 거래처가 끊겨 일감이 줄어들면 어쩌나’ 등등 온갖 생각에 밤새 몸을 뒤척인다. 자기 걱정도 산더미인데 나라 걱정까지 겹쳐 잠을 못이룬다. 일본의 경제보복, 미중 무역·환율전쟁 등으로 힘들어 죽겠다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그들만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대응책 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이 더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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