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불황에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맹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격차’ 전략으로 불황과 한·일 무역분쟁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각기 ‘세계 최초’ 역사를 쓰며 반도체 코리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 삼성전자, ‘흔들림 없는 투자’로 시스템 반도체 주도권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충남 천안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이미지센서 기술에서 1억 800만 화소를 구현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 개발에 성공한 지 불과 3개월만이다. 이미지센서 마의 벽으로 불리는 ‘1억 화소’를 넘어선 건 이 분야 1위인 일본 소니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경영 화두를 ‘위기 경영’으로 삼고 비상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했다. 위기 경영의 핵심은 ‘초격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기업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후발 분야에선 빠른 속도로 경쟁사를 추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의 반도체 업황 불황과 한일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6일부터 충남 온양·천안사업장 등 현장 경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는 이 같은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사실상 미래 반도체 코리아를 겨냥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산업 리더로서 흔들림 없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지론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에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모두 133조 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도 흔들림없이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에서 메모리 ‘세계 1위’의 독주 체제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 SK하이닉스, 공정 미세화로 메모리 반도체 독주 굳히기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이석희 사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과 관련해 논의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초고속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 6월 세계 최초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 양산에 나선 지 불과 한 달여만이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메모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중인 탄력적인 반도체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후 줄곧 메모리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공정 미세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웨이퍼(기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게 쌓아 올리는 것이 워낙 어려운 만큼 일단 개발만 하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8단 4D 낸드는 업계 최고 적층이다.
또 미세화할수록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128단 4D 낸드는 생산성을 기존 96단 4D 낸드보다 40% 향상했고, 투자비용도 이전 세대에 비해 60% 절감할 수 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능력을 줄이고 낸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