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제발 입 좀 다무세요"...실적보다 CEO 따라 널뛰는 주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4 06:30

유튜브 영상 논란 한국콜마 ‘으악’...자사주 매입 오리온·제주항공 등은 ‘야호’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유튜브 영상 시청 논란을 일으킨 한국콜마를 중심으로 오너 등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따라 주가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콜마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는 반면 실적 부진에도 자사주 매입 등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clip20190813160430

▲최근 한 달 간 한국콜마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콜마 주가는 이달 1일 5만4100원에서 전일 현재 4만6500원으로 14% 넘게 급락했다. 한국콜마 주가는 이달 7일 월례조회에서 윤동한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제기된 이후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은 쉽게 믿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 12일에도 장중 4만5850원까지 하락해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한국콜마홀딩스도 이달 들어 12% 넘게 주가가 빠졌고 12일 장중 1만9600원까지 급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주요 주주들이 윤 회장의 사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한국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27.79%)를 비롯해 윤동한 회장(0.49%)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8.65%에 달하는 만큼 윤 회장의 사퇴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콜마의 공식 사과 이후에도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상품의 명단이 공유되는 등 불매 움직임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clip20190813160539

▲이달 12일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오리온 보통주 6400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한 이후 오리온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5일간 오리온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반면 ‘자사주 매입 카드’로 주주들에게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간 경제갈등,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연일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향후 수익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17% 오른 8만4800원에 마감했다. 이달 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강세다. 하반기 미네럴워터 등 다양한 신제품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허인철 부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허 부회장은 지난 12일 오리온 보통주 6400주(0.02%)를 주당 7만8059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홀딩스 보통주 3만1000주(0.04%)도 주당 1만5898원에 장내 매수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국내외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오리온만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며 "중국 시장 역시 매대 점유율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양호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으로 20분기 만에 영업손실을 낸 제주항공도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이석주 대표는 최근 제주항공 보통주 1248주를 주당 2만3910원에 장내 매수했다. 제주항공 주가는 실적 부진 우려 등으로 5월 2일 4만700원에서 전일 2만3850원으로 41% 급락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주가 하락이 제주항공의 경쟁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보고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측은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 및 전략에 기초해 매입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사주 매입 카드가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최근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이달 8일 주당 1만5386원에 12만9000주를, 9일 주당 1만5990원에 10만주를 각각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신라젠 지분율은 1월 8일 5.36%에서 이달 현재 5.45%로 늘었다. 그러나 신라젠 주가는 이달 초 4만4550원에서 전일 1만4450원으로 67% 급락하며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