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석유화학 설비·전기차 배터리 등에 집중투자
친환경사업 내세워 저금리로 '그린'자금 확보..."경쟁력 강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올해 외화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막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올해 외화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막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대폭 늘어났다. 회사 신용도 향상에 따른 조달 환경 개선과 늘어난 달러 자금에 저금리로 외화를 빌릴 수 있다는 점 등이 외화 발행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이 올 상반기에만 발행한 외화채권 규모는 약 25억달러(약 3조원·원/달러 환율 1200원 기준)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늘어난 액수다.
석유화학 등 에너지 기업들의 외화 발행이 두드러졌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5일 국내 기업 최초로 8200억원대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을 통해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린론은 주로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같은 친환경 사업 프로젝트나 인프라 사업 자금 조달에 활용되는 투자자금이다. 인증 통과에 시간이 걸리고 사후 관리 의무도 발생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적책임을 실천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의 해외 생산 기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법인이 위치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 현지 차입을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번 달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확보될 자금은 미국·헝가리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중국·폴란드 분리막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차입 규모는 미화 6억2000만 달러(약 7400억원), 중국 5억 위안(약 800억원)등 약 8200억원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와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2년 상업 가동에 돌입하면 국내를 포함해 약 4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 말 먼저 완공되는 중국 창저우, 코마롬 1공장은 내년 상반기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SK이노베이션 임수길 홍보실장은 "그린론 조달에 성공한 것은 국내 민관을 통틀어 처음"이라면서 "대표적인 친환경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투자에 그린론을 조달하면 사업의 친환경성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고,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도 지난 4월 세계 화학기업 최초로 15억6000만 달러(약 1조87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발행한 그린본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그린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국제채권으로 발행대금의 용도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의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이다.
LG화학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일반채권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로 외화를 조달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됐다. LG화학의 글로벌 그린본드는 달러와 유로로 발행되며 5.5년 만기 5억 달러와 10년 만기 5억 달러, 4년 만기 5억 유로 등 총 3개의 채권으로 구성됐다. 금리는 3%대로 저렴하게 발행됐다. LG화학은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LG화학 COO 정호영 사장은 "LG화학이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앞으로 친환경 미래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한화토탈도 5년물 4억 달러(약 4800억원) 규모 자금을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확보했다. 한화토탈은 조달 자금을 대산공장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사이드 가스 크래커와 가스터빈발전기(GTG)를 증설하고, 폴리에틸렌(PE) 생산설비 등을 확충하는데 쓰기로 했다. 한화에너지의 미국 법인인 한화에너지USA홀딩스는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3년물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조달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금 확충이 필요한 금융권이나 보험사들이 외화채 발행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의 발행도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석유화학 등 에너지 기업의 경우 기업 신용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장려하는 친환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저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