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상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개발한 신약기술이 임상을 거쳐 최종 승인까지 받은 비율은 9.6%에 그쳤다.이런 확률을 뚫고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신약이 여럿 있다. 물론 잭팟에 비유되는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다.종근당의 듀비에,동아제약의 슈가논,LG화학의 제미글로, 보령제약의 카나브 등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국산 신약은 단연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이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사진제공=보령제약) |
19일 업계에 카르면 카나브 제품군은 단일제인 카나브와 이를 활용한 복합제로 이뤄졌다. 카나브, 카나브플러스(라코르), 듀카브, 투베로 4개 제품으로 국내 매출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카나브는 신약 성공의 ‘문턱’인 임상이 아닌 개발 초기 단계인 1990년대 말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수년간 연구했던 합성물이 고혈압 약의 핵심인 약효지속시간에서 4~5시간대로 짧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측은 카나브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하지만 개발진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경영진은 추가 투자를 결정했고 끝내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보령제약의 후보물질 개발은 글로벌 제약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 후보물질은 미국으로부터 24시간 약효가 지속되고 기존 제품대비 10배의 약효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특허도 획득했다. 하지만 판매 허가는 12년이 지난 2010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제15호 신약이자 1호 고혈압 신약으로 공식허가를 받았다.
회사측에 따르면 카나브가 최종 허가를 받기까지 투입된 금액은 500억원 가량이다.오랜시간의 공을 들여 세상에 나온 카나브는 발매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다. 발매 4개월 만에 매출 10억 원을 돌파하고 연말까지 누적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카나브가 포함된 카나브패밀리는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카나브패밀리의 올 상반기 원외처방조제액은 3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나 증가했다.제품별로는 카나브가 7.7% 증가한 209억 원, 카나브플러스는 0.3% 증가한 31억 원, 듀카브는 59.9% 성장한 124억 원, 투베로는 41.3% 오른 14억 원을 기록했다.
카나브패밀리의 매출은 2017년 542억 원, 2018년 669억 원으로 매년 고속 성장 중이다.
보령제약은 국내서의 마케팅 강화 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카나브 수출국가는 총 51개국으로 허가국은 한국을 포함해 18개국이다. 이 중 멕시코의 경우 단일제에 이어 복합제도 허가도 받아내 지난 4월 본격 판매에 나섰다.이처럼 국산 신약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제약업계 한 계자는 "국산 신약도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카나브를 발판 삼아 다른 국내제약사들도 적극적인 신약개발에 나서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 성공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1112@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