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의 탄생이 전격 예고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일 지상파연합플랫폼의 OTT ‘푹(POOQ)’과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Oksusu)’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명실상부 가입자 수 1400만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OTT ‘웨이브’가 내달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웨이브의 출범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환영’과 ‘경계’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지상파연합플랫폼은 넷플릭스의 공세 속에 우리 콘텐츠 산업을 지켜낼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링 위에 올라있는 또 다른 플레이어들은 OTT 업계에서의 ‘승자독식 현상’을 우려한다.
‘웨이브’의 출범을 바라보면서 통신방송 분야를 담당하며 마주했던 몇 가지 사례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케이블TV업계 관계자의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한 행사의 뒷풀이에서 만난 그는 눈앞에 놓인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며 "이동통신과 IPTV의 결합 상품 영향력이 이렇게 막강할 줄 그땐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업계가 힘을 모아 더 크게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떠오른 얼굴은 국내에서 토종 OTT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왓챠의 박태훈 대표였다. 지난 5월 국회 토론회장에서 만난 그는 국내 CP사가 통신사에 내고 있는 ‘망 사용료’에 대해 언급하며 "‘옥수수’와 ‘푹’의 합병법인이 SK텔레콤에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라며 "그것이 공정경쟁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에 ‘웨이브’의 출범을 승인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지상파 3사에는 ①올레tv모바일이나 U+모바일tv에 기존 VOD 공급 계약을 해지·변경하지 못하게 했고 ②다른 OTT(티빙 등 포함)가 지상파 VOD 요청 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하도록 했다. 또 ③지상파3사가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실시간 방송의 중단 또는 유료 전환을 금지했다. SK텔레콤에는 ④SK텔레콤의 이동통신이나 IPTV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웨이브’의 가입을 제한하지 않도록 했다.
우리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당국의 허가가 이루어진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늘 그림자도 뒤따른다. 국가대표가 선발을 마무리했다고, 그 생태계가 완전히 성숙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당국은 기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