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면 돼!" 은행 과도한 성과주의, DLF·DLS 사태 부추겼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1 17:34

KPI 영업실적 위주로 구성 "소비자보호 항목 비중 높여야"
은행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바람직하지 않아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은행의 과도한 성과주의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DLF·DLS는 대부분 프라이빗뱅커(PB)들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은행 성과를 책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다가 해당 상품 위험성을 간과한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따라 KPI에 고객의 투자 수익률 채점 비중을 높이는 등 고객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직원들 실적 쌓기 급급…"KPI에 투자 수익률 비중 높여야"

21일 금융권에서는 DLF·DLS 충격이 발생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은행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KPI를 꼽았다. KPI는 은행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채점표인데, 은행의 경영방향에 따라 기본 1년 단위로 평가항목, 배점, 비중 등의 요소가 바뀐다. 예를 들어 2020년 KPI항목은 내부 경영전략에 따라 올해 마련되는 식이다. 영업점 KPI 성적은 영업점 각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은행에서 DLF·DLS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게 된 것도 결국 KPI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특히 KPI에서 상품 판매실적, 고객 유치 등 은행들의 수익 실적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우리은행이 자산관리(WM)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련 항목에 대한 비중을 높인 점이 지적된다"며 "은행들이 고객중심의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KPI에 은행의 수익 실적뿐 아니라 고객의 투자 수익률 등의 비중을 높게 반영해 무리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이날 "KPI를 개선하고, 상품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겠다"며 KPI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또한 은행들의 KPI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DLF·DLS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은행 KPI 개선) 권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LF·DLS 사태를 계기로 다른 시중은행들 또한 KPI에 소비자보호 관련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KPI에 따라 준법, 고객보호를 위한 절차 미준수 등이 발생하면 은행의 평가 등급이 조정되는 등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철저하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도 KPI에 투자 수익률 비중이 있는데 앞으로 이 부분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바람직하지 않아 "금융당국 제재 필요"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이 판매되는 점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의 경우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이번 DLF·DLS과 같은 위험 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의 경우 해당국가 금리가 행사가격 이상이면 최대 3.5∼4%의 수익을 얻지만 이하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 전체가 손실이 나는 구조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의 경우 현재 투자금 100%가 원금 손실 구간에 돌입했으며, 만기 때까지는 투자금 손실률이 평균 95.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종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이 비전문가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옵션매도를 권유한 것"이라며 "증권사는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는 금융소비자가 찾는 곳인 만큼 증권사와 거래를 했다면 문제 삼기 어렵겠지만, 은행이 초고위험 옵션매도 상품을 권유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이런 과도한 위험을 가진 투자상품을 권유하도록 제도적으로 허용된다면 불완전판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은행에서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다 이번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서라도 은행들이 원금이 보전되지 않는 위험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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