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우재원 공인노무사


한글창제에 관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승려 신미가 세종대왕을 만나 힘을 합쳐 한글을 창제했다는 줄거리의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단군 이래 가장 유능한 왕이며 성군의 표본인 세종대왕을 무기력하고 무능한 왕으로 묘사해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영화적 상상력처럼 한글을 세종대왕이 직접 만들지 않았다고 해도 유교중심 국가에서 승려라고 배척하지 않고 능력을 우선시해 활용하는 세종은 비범한 왕임에는 틀림없다. 실제 세종은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출신이나 지역보다는 능력을 최우선시 했고, 결격사유가 있어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등용했다. 누렁 소와 검은 소 일화로 너무나 유명한 황희정승은 연륜이 있고 식견과 도량이 넓으며 관리능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인재였으나, 다른 측면으로는 적폐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고려시대부터 관직에 있었고 구시대를 대표했으며 뇌물수수혐의, 간통혐의 등도 있어 흠이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세종은 그러한 결격사유보다는 능력을 더 중시해 황희를 등용했으며, 황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물시계, 해시계, 측우기 등을 만든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역시 세종의 능력중심인재 등용의 대표적 예다. 한국 과학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인 자격루는 단순히 눈으로 시간을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자동으로 북과 징을 쳐서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 물시계다. 원래 장영실은 동래기생의 아들인 관노 출신이었으나, 세종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인정하여 노비에서 벗어나게 하고 종 3품의 벼슬에까지 이르게 했다. 쓰시마 섬과 여진족을 정벌한 최윤덕은 전형적인 무장이지만 우의정과 좌의정으로 임명되어 정치를 했고, 호랑이 장군이라 불리며 북방의 4군 6진 중 6진을 개척한 유명한 김종서는 문신 출신이다. 즉 세종은 형식적인 출신이나 전공 등에 선입견을 가지지 아니하고 결격사유도 개의치 않고 실제로 가진 재능에 따라 인재를 등용했다.

세종의 능력중심의 인재등용은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계속 존경받으며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학연, 혈연, 지연 등이 작용하고 선입견으로 차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병폐를 감소시키고 채용절차상의 공정성 확보와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4년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채용절차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건전한 고용질서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채용비리 등을 방지하고 직무 중심의 채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2019년에 다시 개정돼 7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주요 내용은 우선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의 행위와 채용과 관련해 금전, 물품 등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한 외모중심, 성차별적 채용을 지양하고 직무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불필요한 정보의 수집을 금지한다. 구체적으로는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구직자 본인의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에 관한 정보는 요구하거나 수집할 수 없다.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ㆍ혼인여부ㆍ재산도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으므로 수집이 금지된다. 또한 구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ㆍ직업ㆍ재산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집하는 것도 금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구직자 본인에 관한 정보 중 증명사진의 경우에는 동일성 확인을 위해서 요구하거나 수집할 수 있다. 현재의 거주지 주소 또는 주민등록상의 주소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성인이 되면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출신지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집이 가능하다. 처벌 규정이 존재하므로 사용자는 입사원서 등의 자료 요구 시 위 사항에 위반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채용절차법은 상시근로자수 3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지만 능력 및 직무중심의 채용은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꼭 필요하다. 채용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이나 학벌·출신지역을 묻기보다는 직무에 필요한 사항 중심으로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여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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