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중국,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트럼프도 즉시 보복

트럼프, 급여세 한시적 인하 검토 중 발언 하루만에 뒤집기...시장 혼란

파월 의장 "경기확장 유지 위해 적절한 행동" 입장 되풀이...해석 분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했던 말을 수 차례 번복하고 중국에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의 한시적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자신이 한 발언을 부정했다.

여기에 중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부과하기로 한 10%의 관세를 15%까지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존에 25%를 부과하고 있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월 1일부터 3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 미국-중국, 관세 폭탄 난타전...보복에 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이같은 조치는 중국이 23일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에 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각각 9월 1일, 12월 15일부터다.

또 중국은 별도의 발표를 통해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회복 조치는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과 별도로 이뤄졌다.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을 다시 '관세'로 응수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미국은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 가운데 일부에 대해 예정대로 관세 부과를 시작한다. 다만 휴대전화와 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특정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및 의류, 컴퓨터 모니터 등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시점을 12월 15일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그들이 없다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회사들은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미국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오늘 오후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즉각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15%로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 트럼프, 감정적 맞대응으로 금융시장 출렁

이처럼 미국과 중국 간 감정 싸움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표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인 대응이 경기 둔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23.34포인트(2.37%) 급락한 25,628.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75.84포인트(2.59%) 떨어진 2,847.1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9.62포인트(3.00%) 폭락한 7,751.7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0.99% 내렸다. S&P 500 지수는 1.44%, 나스닥은 1.83% 하락했다.

채권 시장도 계속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날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장중 다시 역전 현상을 보였다. 지난 14일에 이어 9일 만에 세 번째 역전이다. 이달 14일에 이어 1주일 만인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공개된 직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년물 수익률을 하회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이 높은 게 통상적이다.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에는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폭인 800.49포인트나 미끄러지는 등 뉴욕증시가 폭락했었다.


◇ 트럼프, 감세 시사했다가 하루만에 말 번복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 경제 호황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만큼 미중 무역분쟁 격화→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그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오락가락 말을 번복하며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0일 급여세의 한시적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자산 매각으로 발생한 자본소득세를 물가 상승률과 연동시켜 인하하는 방안은 자신의 지시만으로 시행 가능하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바로 하루 만에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지금 감세를 살펴보고 있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튼튼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정책을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결국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감세 카드'에 대해 내년 대선 기간에나 나올 수 있다고 일축하며 감세안은 바로 없던 일이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



◇ 파월 "적절히 행동하겠다"...금리인하 두고 해석 분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는 별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금리 인하를 두고 애매한 발언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에게 좀처럼 확신을 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예고가 미국 장 마감 이후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이날 증시가 크게 출렁인 것은 무역분쟁보다 '파월 의장'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통해 "지난해 중반 이후 글로벌 성장 전망이 악화했으며,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성장 둔화와 미 제조업 및 자본지출 약화 등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파월 의장은 현재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CNBC방송은 파월 의장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밝혔던 "중간-사이클 조정"을 이날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추가적인 완화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7월 단행했던 금리인하를 조만간 이어할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했다"면서도 "파월 의장은 연준이 그 이상으로 얼마나 많은 부양을 제공할지에 대해서까지는 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파월 의장 역시 이런 측면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우리는 지나가는 이벤트들을 들여다보고 무역 관련 전개 상황이 경기 전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는 한편, 우리의 목적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을 조정(adjust)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파월 의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이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 "평소와 같이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 나는 두 가지 모두와 함께 훌륭하게 일할 것이고 미국은 훌륭히 해낼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에서는 파월 의장이 연준의 목적을 잊은 채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연준이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적당히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줘서 시장이 원하는 대로 장단기 금리 차이를 벌려놓은 다음에 경기 지표 추이를 보면서 적당히 금리 인하를 미뤄주면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연준은 이를 거꾸로 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연준의 장점은 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임에도 그간 파월 의장 행보를 보면 선제적인 대응은커녕 반박자씩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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