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어려운 경제환경 속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하자"…그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 제시

SK 딥체인지 달성 원동력은 사회적 가치…이를 화폐처럼 환산 관리하는 DBL 경영 도입

사회적가치 측정 국제화 노력 앞장…22일 폐막 이천포럼선 DT·AI 등 혁신기술 강조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는 최근 사회적 가치·환경적 가치 등을 창출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경영 활동에 있어 명확하게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 이런 가치 추구에 그룹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를 알아봤다.

SK그룹의 경영 화두는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다. 지난 1월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SK그룹은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하자는 뜻을 모았다. 당시 최태원 SK회장은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가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 나가는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제시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 주주, 사회의 행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그룹 신년회에서 사회와 SK 구성원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행동원칙으로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고, 성과를 평가하는 요소 중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 경제적 가치·사회적 가치 측정하는 'DBL' 도입


SK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도입했다. SK는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에 따르면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생산·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배당·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사회·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면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다.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화 노력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법론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르 호텔에서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함께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한 세션을 개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보스 포럼에서 SK가 직접 세션을 개최한 것은 당시가 최초였다.

세션에는 최 회장과 한스파울 뷔르크너 보스턴 컨설팅 그룹 회장 외에 조캐저 지멘스 회장, 조지 세라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교수, 캐빈 루 파트너스 그룹 아시아 대표 등이 패널로 나선 가운데 글로벌 기업인과 투자전문가,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해당 세션은 최 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사회적가치 추구의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글로벌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최 회장은 ‘임팩트투자’ 세션의 패널로 초청받아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한 바 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조지세라핌 교수는 "SK가 선보인 사회적가치 추구활동은 기존의 일회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지멘스 조캐저 회장 등 기업인과 투자전략가들은 지속가능성장을 추구한 경영사례와 시장 투자분석 결과 등을 내놓으면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해당 세션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인 ‘세계가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세계화 4.0’에 맞춰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일에는 SK와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공동연구를 위한 비영리 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가 개소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SK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주도하고 있는 VBA에는 노바티스(스위스), 보쉬, SAP, 도이체방크(이상 독일), 라파지홀심(프랑스), 필립모리스(미국) 등 글로벌 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KPMG, 언스트앤영(E&Y), 딜로이트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도 협업하고 있다. SK는 특히 VBA의 부회장사 역할을 맡아 그간의 사회적 가치 측정 노하우와 경험을 반영, 국제표준 정립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VBA는 2022년까지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사회적 가치 관련 회계표준을 만든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각국 기업들에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다. OCED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VBA에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EU집행위원회, 세계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도 VBA자문단으로 참여키로 했다. 측정체계 개발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 하반기중 영국 옥스포드와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된 연구 컨소시엄이 구성된다. 현재 일부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으나 각자 기준이 달라 비교가 불가능함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개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자는 게 VBA의 취지다.

그동안 회계시스템 구축은 서구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사회적 가치 분야만큼은 SK를 통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VBA 참여 역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최태원 SK회장이 사회적 가치 별도세션을 개최한 것을 본 바스프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 DT·AI·에너지솔루션 등 혁신기술 강조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 마지막날 행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활용, 딥 체인지를 가속화하자는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SK는 22일 폐막한 ‘2019 이천포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딥 체인지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이들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룹 역량을 결집시키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AI, DT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주요 의제로 다룬 4차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기술들이 고객 가치 창출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 회장은 특히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우리의 고객이 누군지 재정의하고, 각 고객에게 맞춤형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며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과 1대1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한 그룹 차원의 교육 인프라 ‘SK 유니버시티(SK University)’ 설립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혁신기술 역량을 내재화하고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최 회장은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한 뒤 "앞으로 에너지 공급자 시각만으로는 에너지 산업 변화의 물결에서 생존할 수 없다"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고객가치를 높이는 에너지 솔루션형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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