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인가 이성적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5 09:36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이은희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7월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 이라는 주장에 대한 국민평가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61.8%로 집계되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8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에 대한 대응이 감정적이어선 안된다’며 냉정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면 한달 이상 지속되며 식을 줄 모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인가 이성적인가? ‘소비자 선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글로벌 소비자이다. 시장 개방과 교류,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지리나 언어의 제약을 두지 않고 세계화된 소비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런 국제화 시대에는 국가라는 물리적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특정국가에 대한 인지적, 감성적, 문화적 경계선은 아직도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의 원산지 및 제조국이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태도와 선택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식을 줄 모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이라는 제조국에 대한 태도와 선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특정국가 및 특정국가 제품의 구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감을 소비자적대감이라고 한다.

소비자적대감은 과거에 침략을 당했거나 전쟁과 유사한 행위로 인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 혹은 특정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행위로 부당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국가에 대해 느끼는 반감이다. 소비자적대감은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역사적 적대감(혹은 전쟁 적대감)과 경제적 적대감, 개인적 적대감과 국가적 적대감, 상황적 적대감과 지속적 적대감 등이다. 이 중 국가적 적대감과 개인적 적대감이 감정적 요인 및 인지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즉,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감정적인가 이성적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적대감은 과거나 현재의 역사적 경험이나 사건 등으로 인한 일반적 적대감인데 반해, 개인적 적대감은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특정국에 대한 반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외국제품 구매 선택은 국가 이미지 지각, 제품 평가, 제품에 대한 태도 및 구매의도 형성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국가적 적대감은 국가이미지 일부에만(관계 이미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면, 경제 이미지와 제품평가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중국소비자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대해 국가적 적대감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미국 및 일본의 우월한 경제 이미지와 이들 국가 제품의 우월한 품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 소비자의 특정국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요인으로서 국가적 적대감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인지적(cognitive) 신념으로서의 경제 이미지와 제품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특정 국가에 대한 국가적 적대감은 기본적으로 감정적 요인이고, 경제 이미지나 제품 평가는 기본적으로 객관성에 기초한 인지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품평가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비자선택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적 적대감을 토대로 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국가적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례는 꽤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중국, 한국, 미국 소비자-일본제품, 프랑스와 이란 소비자-미국제품, 중국 소비자-한국제품, 호주 소비자-프랑스제품, 네덜란드 소비자-독일제품, 가나 소비자-영국제품, 그리스 소비자-터키제품, 서독 소비자-동독제품, 동독 소비자-서독제품 등이 있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