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대한민국, 부실 추정 학술지 논문 1위...연구윤리 문제 심각

기본적 저자 표기 체계 전무...저자인정범위 정립-처벌강화 목소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 재학 시절 외과대학 교수에서 인턴을 하면서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연구 윤리 실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실하게 논문을 작성하고도 학술지에 버젓이 등재하는 것은 물론 1저자 선정도 지도교수가 결정하는 등 연구윤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논문이 부실하다는 근거는 연구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25일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발행한 ‘부실 학술 활동의 주요 특징과 예방 대책’ 연구에 따르면, 체코 연구진이 2017년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 등을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이 부실 추정 학술지에 논문을 가장 많이 실은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2013∼2015년 부실 추정 학술지 405종에 실린 논문은 총 15만4000여개였다.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 논문이 약 5%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을 제외한 170개 국가는 모두 국가 비율에서 2% 미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대부분 1% 미만이었다.

국제 학계에서 부실하다고 평가하는 학술지에 3년 동안 한국에서만 약 8000개에 달하는 논문이 실린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이 체코 연구진의 분석을 토대로 현재 조사 가능한 부실 추정 학술지 160종을 다시 분석한 결과, 2013∼2018년 해당 학술지에 실린 논문 30만3567개 중 6.8%(2만601개)가 한국 논문이었다.

연구진은 "임용이나 승진, 실적을 위해 부실 학술지임을 알면서도 이용하는 연구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부실 논문 1위라는 낯 뜨거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그간 양적 팽창과 실적 내기에만 몰두하면서 윤리 문제는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 후보자의 딸 조씨가 고등학생으로서 의학 논문에 참여하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을 두고 당시 교신저자(책임저자)였던 장영표 교수가 "유학 간다길래 제1저자로 해줬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기본적인 저자 표기 체계조차 없는 것이 한국 연구윤리의 실태라는 것이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지도한 게 거의 없는데 교수가 교신저자를 낸다거나, 자기 실험실에서 내는 연구에 무조건 이름을 올리는 등의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논문 ‘과학부정행위의 구조적 원인’에서 박사급 연구자 632명을 대상으로 2007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인 52.8%가 ‘부당한 저자 표시’를 가장 심각한 연구부정 행위로 꼽았다고 밝혔다.

‘부당한 저자 표시’라는 응답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85.7%, 30대는 65.8%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50·60대는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55.6%와 58.6%로 더 높았다.

이는 연구자 사회가 연령·직급에 따라 위계 구조로 이뤄져 있고, 상급자가 교신저자·제1저자 등 저자 표시에 관여하는 현실에서 하급자 입장에서 부당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학교·학회마다 다르고 인문·자연·이공계 등 분야마다 다른 ‘저자 인정 범위’(저자성·authorship)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개괄적으로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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