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DLF·DLS' 해결에 부랴부랴 나선 금융당국, 곱지만은 않은 시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5 10:16

70여개 DLF·DLS 쪼개팔기로 밀어내…"금감원, 세부조사 필요"

"금융당국 투자자피해 예방 사전·사후적 장치 마련해야"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대규모 투자금 손실 우려가 커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사태 해결에 금융당국이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한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에 대한 합동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이 사태 발생 후에야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고위험상품에 대한 모니터링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DLF판매와 관련 지난 23일 우리은행에 대한 합동검사에 돌입했다. 현재 1266억원이 팔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판매잔액은 모두 원금손실 구간에 돌입했는데 우리은행에서만 1255억원(99.1%)이 팔렸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EB하나은행 등 DLF·DLS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합동검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피해 투자자에 대한 보상 여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DLF·DLS 사태 수습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이지만 금융당국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번 사태의 경우 금융당국 관리를 받지 않는 사모펀드 형태로 DLF·DLS가 판매돼 금융당국이 사전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의 금융감독 환경에서는 이번과 같은 피해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감독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허점을 이용해 DLF·DLS를 사모펀드로 판매하며 금융감독 관리에서 벗어났다"며 "은행의 고위험상품에 대해서는 금융상품 사전제를 강화하는 조치 등을 통해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에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9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DLF·DLS는 사모펀드 형태로 49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3600여명이 가입했으니 70여개의 상품을 쪼개팔기한 것"이라며 "상품마다 만기가 다르고 이율 등 특징이 다 다를텐데, 금감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과가 뭉뚱그려서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기별 잔액이 연도별로 조사돼 발표됐는데, 이같은 정보로는 소비자들이 대처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감당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더욱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은데, 은행들이 수수료이익을 벌기 위해 고객들에게 고위험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DLF·DLS 사태도 은행 측에서 적극적으로 상품가입 권유를 했으며, 고객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이상의 사기성 판매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 활성화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라 금융당국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이익이 높고 고객 수요도 있기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상품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DLF처럼 최대 4% 수준의 수익률에 100%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지나치게 위험한 측면이 있다.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이 고위험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나친 판매를 자제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사기성 판매 등으로 투자자피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사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해외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의 장치가 마련돼 있어 금융회사들이 고위험상품을 공격적으로 팔지 못한다"며 "우리는 집단소송이 안되니 투자자피해가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야 한다. 사후 검증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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