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논란에 가려진 민간발전사 정산 문제..."도매시장 정산시스템 손봐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6 15:25
-한전 발전자회사는 ‘정산조정계수’ 적용받아 적정 손익 유지, 민간발전사는 적용 안받아 실적 널뛰기

-정산조정계수,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모회사인 한전이 어느 수준으로 사들일지 정하는 값. 특정 자회사가 수익을 너무 많이 내거나, 적자를 보지 않게 수익과 손실을 보정하는 기능

-감사원, 정산계수 산정기준·운영 문제 지적...산업부 "연말까지 개편만 마련"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여름 누진제 한시 완화 등 소비자 전기요금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먼저 전력 도매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민간발전 ‘빅3’인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는 각각 3694억원, 804억원, 2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호실적으로 보이나 이들 회사의 실적은 극적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많고 예비율이 낮았던 2012년 3분기, SK E&S 누적 영업이익은 6135억 원으로 2011년 대비 무려 500%나 성장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65%에 달했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같은 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 이상 늘었고, GS EPS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다. 그러나 전력설비 과잉으로 LNG 발전소 운영이 멈춘 2016년, 민간발전사업자들의 이익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6년 1분기 SK E&S의 영업이익은 233억 원, GS EPS는 137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적의 격차가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표면적으로는 경쟁제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통제시장이다. 발전사업자들은 전기사업법 제 31조에 따라 의무적으로 도매전력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6개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등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력거래소에 모이고, 한전은 이들이 만든 전기를 거래소에서 구매한 후 송·배전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문제는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정산조정계수’라는 장치를 통해 적정 손익을 조정하고 있는 반면 민간발전사업자는 이를 적용받지 않고 있는 점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모회사인 한전이 어느 수준으로 사들일지 정하는 값이다. 이 계수를 가지고 특정 자회사가 수익을 너무 많이 내거나, 적자를 보지 않게 수익과 손실을 보정한다. 소비자 전기요금(소매요금)이 사실상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과 발전자회사 사이의 재무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반면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지 않는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전력수요 공급에 따라 대규모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전력사업자의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전력시장 안정화나 전기요금 책정방식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발전공기업의 수익률을 정부가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발전사와의 형평성 문제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력 도매시장 정산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많은 요구가 있었지만, 아직 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진표 변호사는 "현행 전력시장은 정산조정계수라는 전기사업법상 근거가 없는 재무안정화 수단을 통해 사실상 발전자회사가 한전으로부터 사실상 보조를 받는 셈이라 전력시장의 효율적 작동과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면서 "민간발전사와 한전 계열사 간의 차별 소지(부당지원)가 있어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의 15%인 민간발전사 중 일부는 건설·운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수년간 전력시장가격(SMP) 하락으로 대부분의 민간 LNG발전사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발전자회사는 LNG발전에 대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아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며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한 당초 취지가 기저발전의 초과수익 조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발전자회사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고 정산조정계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민간발전사 입장에서 향후 한전의 정산금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계약시장, 실시간시장, 현물시장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올 1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의 발전비용 자료를 검토·검증하지 못함 △정산조정계수·송전손실계수·용량가격 산정 부적정으로 정산금 오지급 우려 △정산계수 세부산정과정 부적절성 등에 대해 주의 요구를 하고 개정을 통보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은 정산조정계수를 산정하는 내부 절차 문제로 검증과 협의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검토한 내용에 외부 전문가 의견을 추가해 연말쯤 개편안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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