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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과거 일본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을 취해야 하며 그럴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재무구조를 봤을 때 한국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 효과는 제한된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 지출을 늘려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다만 이 영향은 크지 않으며 지금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에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을 펴 경기를 부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가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했으나 2010년 이후로는 성장 엔진이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2010년까지 총요소생산성이 꾸준히 올라가는 등 황금 시기를 겪었다"면서 "특히 90년대부터 기술발전, 무역의 글로벌화, 투자의 글로벌화 덕을 봤다"고 밝혔다. 다만 "2010년 이후로는 그러지 못하면서 과거보다 성장엔진이 둔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며 "자본지출이 약화된 상태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수출규제를 두고는 "일본이 조금 이상하게 행동하는 게 분명하며, (한일 무역갈등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한국은 그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며 "일본이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으로선 당연히 스스로 보호하는 정책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중 무역갈등의 급격한 악화를 두고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라며 "미국은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한국 철강산업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한국은 미중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해법은 최대한 무역 분쟁에서 떨어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계속 교역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발(發)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신용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해 왔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불균형이 있는 속에서 무역 분쟁 심화는 (위기로 가는)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며 나는 여기에 베팅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산 과정에서 기술이전이 나타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성장해왔으나,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전 세계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봤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상품 설계, 원재료와 부품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세계 각국에 걸쳐서 이뤄지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이밖에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을 두고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산으로 기업은 비용을 절감했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기술·지식 이전이 활발하게 나타났다"며 "지식 이전은 개도국만이 아니라 선진국의 경제개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브라질은 그러지 못해 생산성 향상을 누리지 못했다고 봤다. 그는 "다만 최근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는 등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며 "그 혜택이었던 지식 이전이 멈추면 세계 경제는 성장 추동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식 이전이 성장에 중요한 만큼, 초세계화가 한계에 달한 상황 속에서 지식공유를 제도화하고 정부는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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