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무의 눈] ‘극일’, "끈기가 답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09 15:29

산업부 이종무 기자

▲산업부 이종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일본 제품을 따라잡으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연일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설명회에서 만난 관련 중소기업들은 해당 소재 국산화의 해답으로 한결 같이 ‘인내’를 강조했다. 당장 기술력이 뒤지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술 개발에 힘쓰면 초기의 열세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일제’는 훌륭하고 국산은 열등하다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내 기업이 해당 소재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당장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여기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 투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선 R&D 비용은 적지 않은 돈이다. 실패하면 한순간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설명회에서 만난 국내 공작기계 회사 S사는 달랐다. 앞선 실력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5년간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현재 삼성과 LG를 포함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바 등 일본 현지에도 산업용 공작기계를 역수출하고 있다. 산업용 공작기계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추가 규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혀왔다.

S사뿐만 아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P사도 2009년 일본 기업이 장악하던 ‘노광기’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노광기는 반도체 웨이퍼 등 유리 기판에 빛을 쬐서 회로를 그리는 장비이다. P사는 수요처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여기에 주력해 장비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S사와 P사는 생존을 위해 실력을 쌓았고 결국 살아남았다. 헌데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을 우리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세 상황에서 결국 우리 중소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도 최근 "한국이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맞제외’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판단될 위험이 있고, WTO 제소에서 한국 우위와 승소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끈기 있는 중소기업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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