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CEO의 올해 추석나기...경영 구상·현장 경영 '고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09 16:00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는 일반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오는 추석에 현안을 점검하며 경영 챙기기에 전념한다.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경영 상황 악화 등 산적한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CEO들은 현장을 직접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 경영을 펼친다.


◇ ‘정중동’ 경영 구상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국내에서 추석을 보낸다. 모처럼 맞는 연휴에 별다른 대외 활동 없이 자택에서 머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그런 와중에도 올해 하반기·내년도 ‘위기 극복’ 구상은 이들의 ‘추석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도 삼성 수뇌부와 사업 현안을 점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두 차례 일본의 포토 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 허가로 한숨을 돌렸지만 일본이 여전히 수출 ‘빗장’을 풀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여기에 최근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 취지 판결을 내림에 따라앞으로 있을 재판 준비에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여러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이 컸던 만큼 휴식과 병행해 각종 현안과 관련한 사업 구상에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향후 대외 활동과 경영 활동은 재판 일정 등을 감안해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경영 구상에 몰두한다. 최근 노사가 8년만에 분규 없이 임단협을 타결해 한시름 놓은 상황이지만, 당장 오는 11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이 예정돼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외국산 자동차·부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향 자동차의 절반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기아차는 이 조치 시행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남아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계 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하고 새로운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별도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경영 현황을 점검하며 내년도 경영 전략의 밑그림을 구상한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SK하이닉스의 대응 방향,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 배터리 관련 소송 건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1년을 넘긴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자택서 쉬며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한 사업 현안들을 차분히 따져볼 전망이다. 특히 재계 일각에선 구 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그룹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만큼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구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연휴 잊은 현장경영

일부 CEO들은 추석을 전후해 연휴도 반납한 채 자사 사업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은 기흥·화성사업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들 사업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경영’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김 부회장이 남은 이 부회장 일정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CEO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일본 정부의 조치 이전에도 24시간 돌아가는 생산라인과 지속 소통을 이어왔다. 지난 7월엔 일본 현지 거래처 등을 돌며 소재 수급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기도 이천에 본사와 사업장이 함께 있어 본사와 현장의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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