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지난해 출시한 고급사양 중형 상용차 ‘르노 마스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르노 마스터가 ‘메기 효과’를 일으키며 국내 상용차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1톤트럭과 중형 버스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기존 시장을 독점하던 현대·기아차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르노 마스터 등장 이후 국산 상용차들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은 즐거워하고 있다.
◇ 르노마스터,고급 이미지로 국내 시장 공략 ‘고삐’
1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작년 말 중형 상용차 ‘르노 마스터’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이 차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핵심 모델로 40여년간 3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마스터를 선보인 이후 올해 6월에는 13·15인승 버스까지 선보였다.
마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급 이미지’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간 국산 중형 트럭이나 버스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택지였다. 르노 마스터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기능 등 안전 기능을 기본사양으로 갖췄다.
밴의 경우 경쟁 상대들보다 넓은 사이드 슬라이딩 도어와 545mm로 낮은 상면고(바닥으로부터 적재함까지 높이)를 갖췄다. 이를 통해 작업 효율성과 적재용량이 크게 개선된 게 특징이다. 버스 모델은 전 좌석에 접이식이 아닌 넓고 편안한 고정식 좌석과 3점식 안전벨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마스터의 지난 1~8월 내수 판매량은 1443대다. 월평균 200대가 안 되는 숫자지만 경쟁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마스터가 고급스러운 상용차라는 인식이 생겨나자 현대·기아차 등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업체들도 앞다퉈 상품성을 개선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2020 포터 II’를 출시하며 상품성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포터 최초로 △선행 차량과의 충돌 위험이 감지될 경우운전자에게 이를 경고하고 필요 시 브레이크 작동을 보조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전방 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차선을 인식하고 방향 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이탈하려 할 경우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차로 이탈 경고(LDW)’ 등 안전사양을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헤드램프를 기존 2등식에서 4등식으로 변경하고 주간주행등(DRL)을 새롭게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광량을 증대시켜 야간 주행 시계성까지 개선했다.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운전석 통풍시트 △크루즈 컨트롤 △8인치 TUIX 내비게이션(DMB 기능 포함) △변속기 표시부에 LED 조명을 추가한 승용형 5단 자동 변속 기어노브 등을 새롭게 적용한 것도 장점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현대차 ‘2020 포터 II’. |
기아차 역시 이달 초 ‘더 뉴 봉고 Ⅲ’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로 이탈 경고 적용해 사고예방 안전성을 높였다. 운전석 통풍시트, 풀오토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등 편의사양도 강화했다. 이 외에도 기아차 더 뉴 봉고Ⅲ는 다양한 사업환경에서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동급 유일의 1.2톤 모델과 LPI 엔진 타입을 보유해 차별화를 꾀했다.
르노 마스터 밴의 경쟁 상대인 스타렉스도 상품성을 손봤다. 현대차는 지난달 ‘2020 스타렉스’를 내놓으며 어반, 웨건, 밴, LPi 등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내비게이션 ᆞ후방모니터 등으로 구성된 ‘내비게이션 패키지’ 대신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ᆞ후방모니터 등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라이트 패키지’를 운영해 후방모니터를 적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가격 부담을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중형 상용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주요 차종의 상품성은 수십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며 “르노삼성이 고급 상용차라는 이미지의 신차로 시장을 공략하자 포터·봉고 등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르노삼성이 틈새 시장을 노리면서 일종의 ‘메기 효과’를 유도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는 결국 이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