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업의 목적사업 변화로 본 4차산업혁명의 현주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16 09:29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 유정주 팀장


사람들은 오늘날을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른다.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하던 산업, 제품간 융합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유니콘 기업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대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1년 0.6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200억 달러로 약 2000배 증가했고, 전세계 570개 도시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노키아와 같은 기업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에 잘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말 기준 매출 300대 기업의 중 비금융 상장사 132개의 10년간(2008년∼2018년) 정관에 기재한 목적사업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IOT 등 4차 산업 분야를 목적사업에 추가한 상장사는 전체의 15.2%인 20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산업 관련 사업 중 자율주행자동차 10개사, 무인항공기 4개사, 로봇과 AI가 각각 3개사 등으로 나타났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핀테크, 3D프린팅,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여 정관에 목적사업으로 기재한 사례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가장 많이 정관에 추가된 목적사업은 교육서비스였다. 조사대상 132개사 중 교육서비스를 정관에 반영한 기업 비중이 2008년 23개사(17.4%)에서 2018년 54개사(40.9%)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건설업 관련 기업들은 모두 교육서비스를 정관에 반영했고, 상사, 생활용품업, 서비스업, 석유화학업종 등 종사 기업들 50% 이상이 정관에 교육서비스를 추가했다. 

다음으로 많이 추가된 목적사업은 전자상거래인데 2008년 24개사(18.2%)에서 2018년 50개사(37.9%)로 증가했다. 특히 ICT 혁명으로 금융과 물류 환경이 변화에 영향을 받는 유통기업 모두가 전자상거래를 정관에 추가했고, 네이버, 카카오 등 IT 서비스 업종 기업들도 모두 정관에 전자상거래를 올렸다. 뒤를 이어 태양열, 풍력, 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체와 에너지 기업의 66.7%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였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표 상장사 목적사업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3차산업혁명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을 하고 있을까?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규제 경쟁력은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해외 전문 기관의 평가다. 2019년 IMD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에 28위로 중위권 정도이다. 추세적으로 보면 2017년 29위, 2018년 27위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관련 규제 순위는 2019년 50위로 하위권에 속할 뿐만 아니라 추세적으로 보아도 2016년 46위, 2017년 48위, 2018년 47위, 2019년 50위로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또한 2016년 UBS에서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4차산업 준비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5위로 우리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12위, 독일 13위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도 기업도 4차산업혁명 준비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진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 경쟁력을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규제자유특구 제도, 규제샌드박스 제도 등을 도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러한 제도는 한시적인 규제완화에 불과하다. 좀 더 과감한 규제개혁과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우리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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