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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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지엠이 ‘노조 리스크’에 발목 잡힐 위기에 놓였다. 노조 측이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4조 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이번주 중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미 앞서 지난 9~11일 전면 파업을 펼친 바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특근을 거부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근본 이유는 올해 임금협상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협상 시작 전 교섭장을 정하는 단계부터 극한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역시 노사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다. GM의 현지 31개 공장 직원들은 임금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최근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GM 공장에서 노사 분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만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한국지엠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지엠은 작년 ‘군산공장 폐쇄’ 등 부침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 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태다. 판매도 부진하다. 이 회사의 지난 1~8월 내수 판매는 4만 8763대로 전년 동기(5만 8888대) 대비 17.2% 줄었다. 이 기간 수출 실적 역시 24만 7645대에서 23만 8777대로 6.2% 떨어졌다.

노조의 파업이 계속돼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최근 콜로라도·트래버스 등 신차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노조는) 경영 정상화에 힘을 실어달라"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한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지엠 노조를 향한 쓴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 회사가 작년 산업은행으로부터 7억 5000만 달러, 미국 GM으로부터 64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 초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평균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업계에서는 일단 한국지엠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쉽게 마무리 짓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수는 연내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를 치른다는 점이다. 차기 집행부와 대화를 진행하면서 사측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일 경우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선거 일정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임금협상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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