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점검] "숨가쁘게 달렸다" 조용병 신한 회장, 2020 스마트 프로젝트 결실 눈앞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0 08:58

은행-비은행, 이자이익-비이자이익 고른 성장 두각

글로벌, 자본시장, 디지털 합격점

새 어젠다 '일류 신한' 제시…"WM부문 성장 준비할 것"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비슷한 듯 다른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선포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2019 R.I.S.E를 내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40-40-40 목표를 제시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모두 자신들의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들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근접하게 달려왔는지 에너지경제신문이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신한금융그룹과 조용병 회장.(사진=신한금융)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올해 가장 주목받는 금융사는 신한금융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원 신한(One Shinhan)’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며 금융업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의 확산, 연금부문 혁신, 혁신금융협의회 출범, 부동산사업 협의체 발족, 인공지능(AI) 투자자문사 설립 등 신한금융의 발빠른 움직임은 금융업계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지금의 신한금융이 될 수 있던 것은 선봉장을 맡고 있는 조용병 회장의 과감한 추진력 덕분이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당시 중장기 과제로 ‘2020 스마트 프로젝트(2020 SMART Project)’를 발표하며 아시아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 임기가 2020년 3월까지인 만큼 임기 동안 이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낸 셈이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조 회장이 숨 가쁘게 달려온 3년 임기의 성과가 2020 스마트 프로젝트 평가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 ‘조화로운 성장’ 두각…비은행·비이자이익 뚜렷한 확대


조 회장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 4대 전략방향으로 △조화로운 성장을 통한 그룹가치 극대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디지털 신한으로 업그레이드 △신한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을 제시했다. 이후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조화로운 성장’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신한금융은 꾸준한 몸집확장에 나선 결과 현재 16개 자회사까지 설립한 상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한 것은 신한금융의 비은행 확대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달 초에는 업계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AI’를 16번째 자회사로 출범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고 비은행 부문 비중을 늘리며 은행과 비은행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상반기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은행 부문은 0.9% 각각 성장하며 비은행 부문에서 오히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그룹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은 35%로, 국내 금융그룹사 중 가장 높다.

비이자이익이 급격히 성장하며 이자이익 의존도도 감소하고 있다. 조 회장이 취임한 2017년 한 해 동안 이자이익은 7조8430억원, 비이자이익은 1조3412억원으로 이자이익이 비이자이익보다 약 6배 더 많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이자이익이 비이자이익의 2.2배 정도로 차이가 대폭 줄었다.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난 1조7459억원, 이자이익은 5.6% 늘어난 3조904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별로 업계 1위를 확고히 한다는 조 회장의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업권별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며 2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확고한 1위’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사와 같이 자기자본대비이익률(ROE)을 두 자리수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목표도 올해 상반기 달성한 상태다. 신한금융 상반기 ROE는 10.9%다. 지난해 말 기준 ROE는 9.4%로 한자리 수를 보였으나 올해 수치가 개선돼 두 자리수 진입에 성공했다.


◇ 글로벌·자본시장 급성장 속 사업부문제별 희비…1등 아닌 ‘일류 신한’ 준비


조용병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그룹 창립 18주년 기념행사에서 새로운 어젠다인 일류 신한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신한금융)

글로벌 시장 확대 의지를 담은 글로컬라이제이션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선도해 왔다.

올해 상반기 해외 부문 순이익은 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다. 이같은 속도라면 지난 한 해 순이익이었던 3157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신한금융이 2020년까지 해외 손익 비중을 20%대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해외부문 손익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확대된 9.6%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순이익이 많이 늘어 해외 순익 비중이 20%까지 확대하지는 못했다"면서도 "해외 손익 규모로만 본다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만큼 해외 부문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문을 비롯해 원 신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사업부문제도 순항하고 있으나 부문별로는 분위기가 갈린다. 현재 신한금융은 글로벌, GIB(글로벌&그룹투자금융), GMS(고유자산운용), WM(자산관리), 퇴직연금 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중 조 회장은 자본시장 비중을 그룹 순이익의 14%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한 GIB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17년 6월 확대 개편된 GIB부문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한 35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말이면 지난 한 해 이익인 4791억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WM부문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WM부문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 감소했다. WM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줄어 수수료 수익 등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모든 금융사들이 뛰어들며 WM부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성장성은 둔화됐다"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서 WM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 다음 단계에서 이 부분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신한으로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슈퍼 앱 ‘신한 쏠(SOL)’을 출시한 것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그룹 내 도입해 금융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상반기 디지털 플랫폼에서 거둔 영업수익은 66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754억원)에 비해 15.5% 늘었다. 이밖에 신한 디지털 캠퍼스, 그룹 빅데이터센터 등을 운영하며 4차 산업 기술 개발에 직접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한 퓨처스랩 운영 등으로 핀테크 기업 육성과 협업을 이끌며 디지털 금융사로의 기반을 닦고 있다는 평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제 18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일류 신한’을 새로운 아젠다로 제시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다음 단계를 새롭게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화로운 성장, 글로벌, 자본시장 등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서 강조했던 주요 부분들이 처음보다 높은 성장을 이루며 목표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순히 숫자를 거론하는 1등 금융사가 아니라 일류 신한이 되기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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