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美 우선주의' 앞세워 무역분쟁 칼날...美증시 연일 '출렁'

10명 중 6명 "트럼프 재선 자격 없다"...지지율 '빨간불'

연준에 금리인하 압박...무역정책 불확실성 통화정책으로 상쇄 의도

전문가들 "연준 흔들지 말고 독립성 보장해야"...트럼프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리는 관세 문제가 없다. 우리는 나쁘거나 불공정한 플레이어들을 지배하고 있다.우리는 연준 문제를 갖고 있다. 그들은 전혀 모른다."(2019년 8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는 연준이 올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돌아선 게 미국의 경제 전망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하나의 이유로 본다."(9월 1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무역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둔화의 책임을 연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부 정치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 글로벌 경제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 미중 무역분쟁 불안감에 투자자도 철렁...美증시 하락

2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안감에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9.72포인트(0.59%) 하락한 26,935.0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4.72포인트(0.49%) 내린 2,992.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5.20포인트(0.80%) 하락한 8,117.6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1.05%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0.51%, 나스닥은 0.72%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수를 밀어올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400여개 중국산 제품에 대해 지난해부터 부과한 고율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애견용품 등의 제품이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 실무진급 무역협상단이 예정됐던 미국 농가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초 중국 협상단은 이날까지 미국 협상단과 회담을 마치고 다음 주 몬테나주와 네브래스카주 농가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돌연 중국으로 돌아갔다.
   
주요 외신들은 중국 협상단이 갑자기 농가 방문을 취소한 이유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양측 협상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 이후 다우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도 하락세로 급전직하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며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부분 합의도 가능하다고 했던 것에서 말을 바꿔 종합적인 합의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오는 2020년 대선 전까지 무역 합의를 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 트럼프 '무역정책' 등돌린 유권자들...지지율 '내리막길'

이렇듯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이 완벽하게 굴복하기 전까지는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ABC 뉴스와 함께 이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유·무선 전화로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7월 초(44%)에 비해 무려 6%포인트나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준오차는 ±3.5%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지지율도 7월 초 51%에서 46%로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다루는 방식 등에서 비롯된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인 SSRS에 의뢰해 지난 5~9일 성인 16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10명 중 6명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자격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경제 호조를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해온 만큼 이같은 여론 조사는 향후 그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역분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 다급해진 트럼프, 경기 책임 연준에 떠넘기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미국 경기를 둘러싼 주요 리스크의 책임을 연준에 돌리고 있다. 급기야 육두문자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에서 "인플레이션은 없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 연준이 순진해서 다른 나라들이 이미 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멍청이들' 때문에 놓치고 있다"고 연준을 비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조금의 금리 인하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비난한 것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결정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제롬 파월과 연준은 또다시 실패했다"면서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썼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과 관계없이 굳건하게 연준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파워 의장은 같은 날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기를 둘러싼 주요 리스크의 책임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돌리며 연준은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통상과 관련한 상황이 올랐다 내렸다 다시 올랐는데 지금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 아마도 다시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나는 연준이 올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돌아선 게 미국의 경제 전망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하나의 이유로 본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연준의 독립성 위협말라"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계속 공격하는 것은 그의 재선가도는 물론 향후 미국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무역정책에 대한 경기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고,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리스크를 상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특정 정치인의 요구사항을 고려할 필요도, 고려해야할 의무도 없다. 오직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리스크와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해 적절한 통화 정책을 내리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블룸버그 통신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및 글로벌 경제, 연준의 능력과 독립성에 위협이다"며 "통화정책의 목표가 장기적인 경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연준은 그들의 결정이 내년 정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4명의 연준 전 의장들도 지난달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미국은 독립된 연준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을 촉구,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연준과 의장이 단기적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이, 특히 정치적 이유를 위해 해임이나 강등의 위협 없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활동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는 확신에 있어서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지도자들이 선거철에 즈음해 단기적 경제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실행을 중앙은행에 요구해온 많은 예가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필요보다 정치적 필요에 기초한 통화정책은 결국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를 포함해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것을 많은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 전 의장들은 연준은 의회에 의해 충분히 견제되고 있다면서 "연준이 소규모 정치집단의 이해가 아닌 최상의 국가 이해에 기초한 결정을 하는 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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