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M 배터리 ‘대세화’·전기차 증가…코발트 '2차 붐' 일으키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3 13:46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DRC) 에 위치한 코발트 광산 전경. (사진=AP/연합)



약 17개월 동안 곤두박질쳤던 코발트 가격이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최대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지난달 세계 최고 규모의 광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가격이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NCM 배터리’로 전환하려는 전기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코발트의 ‘두번째 붐’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 코발트 가격 반등의 첫 스타트 날린 글렌코어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 코발트 현물가격은 톤당 3만 7000달러로 집계됐다.

코발트는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데 필수 원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코발트 가격은 2016년 말까지만 해도 톤당 2~3만 달러 수준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세계적인 ‘전기차 붐’으로 인해 코발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3월 톤당 최고 9만 5500달러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내전 등 정정불안까지 맞물리며 코발트의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글렌코어, 중국 몰리브덴 등 대형 업체들이 채굴을 확대하고, 중소업체들도 ‘맨손 채굴’ 등으로 코발트 채굴에 가세하면서 공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 현지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콩고는 지난해 10만6439톤에 달하는 코발트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즉 공급이 워낙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가격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렇듯 코발트의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인해 경제성이 악화하자 신규 광산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글렌코어가 콩고 내 무탄다 광산 운영을 2021년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무탄다 광산은 세계 최대 코발트 광산중 하나로 글로벌 코발트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코발트 가격 반등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실제 최근 코발트 가격은 올해 7월 말(톤당 2만6000달러) 대비 약 4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도 글렌코어의 광산 운영중단 조치에 따른 공급 감소 영향으로 코발트 가격이 수년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렌코어가 지난 2015년 아연 시장에서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서 아연 가격이 3년 이내 두 배 가량 상승했었던 적이 있었다"며 "황소(상승론자)들은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로스 스트라찬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무탄다 광산의 중단으로 인해 잉여 코발트가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며 "이르면 2020년부터 조금씩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생산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말까지 코발트 가격이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8-2019 코발트 가격 추이(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 전기차 배터리 대세가 된 ‘NCM’, 코발트 수요 이끈다

일각에서는 글렌코어의 광산 운영 중단에 이어 ‘NCM 배터리’를 채택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2차 코발트 붐’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코발트 가격 상승에 긍정적이다.

국내·해외 배터리 제조업체는 과거 급등하는 코발트 가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니켈 비중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용량이 증가해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NCM523’(배터리 양극재료에 활용된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중이 각각 50:20:30) ‘NCM622’에 이어 ‘NCM811’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 최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계에서 사용한 NCM523의 용량은 3.3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급증했다. 즉 NCM523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에 가장 많이 탑재된 양극재로 떠오른 것이다. 이 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무려 30%에 달했다. 니켈과 코발트에 알루미늄을 더한 NCA와 니켈 함량을 60%로 높인 NCM622도 시장 평균치를 상회한 증가세를 보이며 순위와 점유율이 모두 증가했다. 여기에 니켈 비중치를 80%까지 끌어올린 NCM811 조합도 처음으로 순위권에 들었다.

NCM은 코발트의 비중을 줄이는 반면 니켈의 함유량을 높인 배터리다. 주목할 점은 MCN을 채택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코발트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의 경우 그간 기업들이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했지만, 최근 이같은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6월 주행거리가 250km 미만이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정책을 변경하면서 NCM 배터리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금속 전문 매체인 마이닝닷컴은 "NCM 배터리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표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코발트를 꾸준히 절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전기차 1대당 들어가는 코발트의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45% 뛰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분기 동안 세계적으로 새로 판매된 전기차 중 배터리에 들어간 코발트가 약 7200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LFP 배터리를 NCM 배터리로 대체하려는 중국기업들의 움직임과 함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아닌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전기차 비중도 점차 늘어…2022부터 ‘2차 코발트 붐’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022년부터 본격적인 ‘2차 코발트 붐’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NCM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동시에 이를 탑재하는 전기차 역시 앞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까지는 코발트 공급이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지만, 2023년부터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코발트 가격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정보 사이트 인베스터인텔닷컴은 "이러한 예측은 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나온다"며 "현재로서는 전기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글로벌 전기차 비중이 2018년 2.2%에서 2020년 3%, 2025년 11%, 2030년 28%, 2035년 43%, 2040년 57%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부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가격 패리티’가 도래한다는 점도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이다. 인베스터인텔닷컴은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르노 시티 K-ZE 전기차 SUV가 중국에서 약 1만 6000달러(약 1909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0년 중국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코발트 수요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움짖임도 코발트 수요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계 원자재시장 분석업체 CRU의 조지 헤펠 코발트·리튬 분석팀장은 "BMW, 폭스바겐, 포드,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코발트 수요가 매년 최대 3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렌코어가 최근 운영을 중단시킨 무탄다 광산이 재개되더라도 공급이 부족할 것 같다. 코발트에 대한 새로운 공급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2022년에 일어나는 코발트 2차 붐은 과거 2017년 때보다 더 오래가고 상승 폭도 더 클 수도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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