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투합' 정부-은행권…신남방 영토 확장 가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3 15:09

미얀마, 文대통령 순방으로 협력 강화 물꼬…은행 교류 본격화

금융위, 인니 진출 기업 지원 약속…은행연합회 협력 주도

시중은행 확장 가속 "은행업 허가 어려운 신남방국, 정부·협회 움직임 큰 힘"

▲동남아 3국 순방길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시내 불교 유적지인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


정부와 은행권이 의기투합해 신남방 영토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은행권 수장들이 미얀마를 찾아 각종 협력을 강화한데 이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힘을 합쳐 인도네시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 해외 진출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가운데 은행연합회도 각 나라와의 협력강화에 나서며 은행권의 신남방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손을 잡고 해외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 가장 주목을 끌었던 국가는 미얀마다. 이달 1∼6일 동안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은행권 수장들이 동행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이 미얀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한 은행권 수장들은 미얀마 현지에서 각종 협약을 체결하며 앞으로 금융권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미얀마 교류 후 곧바로 시선이 옮겨진 곳은 인도네시아다. 금융위원회가 인도네시아 현지를 찾아 인도네시아 진출 핀테크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점포는 은행 9개점, 금융투자 6개점, 보험사 5개점, 여신전문금융회사 4개점 등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상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같은 취지로 지난 9∼10일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하고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방문 첫째날인 9일에는 신한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 퓨처스랩’을 개소하며 금융당국 보폭에 발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퓨처스랩은 신한금융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퓨처스랩을 확장한 것으로, 2016년 12월 베트남에 개소한데 이어 해외에서 두번째로 문을 열었다.

신한금융은 이날 인도네시아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과 인도네시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1기에는 국내 스타트업인 큐비트시큐리티(보안), 피플펀드(P2P), SBCN(로보어드바이저), 보맵(보험추천) 4개사를 선발하고, 입주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현지 기업과 투자자 네트워킹 등 인도네시아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향후 반기별로 4개사씩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우수 핀테크 기업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손 위원장은 인도네시아 퓨처스랩 개소식과 함께 핀테크 데모데이 in 자카르타, 한-인니 금융협력 포럼에 잇달아 참석해 해외에 진출한 국내 핀테크 기업을 응원했다. 또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위원장을 만나 두 나라 금융당국 간 상호 교류와 핀테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 1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용 IBK인도네시아 법인장, 박재한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회장, 강조원 IBK노동조합 부위원장,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 최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대사,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송창근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오혁수 IBK기업은행 글로벌·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누르 IBK인도네시아 BOC의장.(사진=기업은행)

아울러 IBK기업은행은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출범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본격화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현지 아그리스(Agris) 은행과 미트라니아가(Mitraniaga) 은행을 인수하고, 지난 8월 OJK로부터 두 은행 합병승인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이미 진출한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 러시아 등과 이밖의 동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IBK 동아시아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추가로 네트워크를 설치해 이를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던 만큼 이번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으로 IBK 동아시아벨트 완성 목표에 성큼 다가가게 됐다.

은행연합회도 신남방 은행협회들과의 교류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의 신남방 확장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 태국 방문시 동행해 태국은행협회와 은행산업 교류 증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태국 은행권과 민간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은행연합회가 신남방지역과 맺은 15번째 협약으로,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지난 20일에는 몽골은행협회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몽골 금융협력 포럼을 열고 두 나라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은행연합회는 2016년 몽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격년으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남방 국가의 경우 은행업 진출 허가를 받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신남방 국가에 방문하고, 은행연합회가 주도해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시중은행들의 진출 활로를 열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들은 물론 캄보디아, 인도 등을 다양한 신남방국가에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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