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상회담(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의혹’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트럼트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들의 전화통화가 관련 의혹을 키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전화통화의 당사자들이 회동했다는 점에 관심을 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민주당이 탄핵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통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며 반전을 시도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트럼트 대통령은 이를 주저앉히기 위해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외국정부에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이 25일 공개한 A4 5쪽 분략인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측을 겨냥,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기소를 막았다는 것" 이라며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파악하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법무부 장관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했다.
두 정상은 이어 정상회담에서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압력을 느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민주적이고 개방된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좋은 통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상적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얘기했다. 여러분이 그것(녹취록)을 읽었겠지만 아무도 나를 밀어붙이지 않았다"며 외압 의혹을 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끼어들며 "달리 말하면 압력이 없었다. (그의 답변에) 감사하다"고 반응했다. 그는 이어 "녹취록을 보면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고 말한 뒤 "바이든의 아들은 수백만 달러를 우크라이나에서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부패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통화 녹취록 공개에 관한 질문에 "그(젤렌스키)가 압력을 안 받았다고 말한 대로, 그는 압력을 전혀 받지 않았다"며 "압력은 없다. 외압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다 사기다, 큰 사기다"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통화 때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언급이 우크라이나의 부패 척결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 대해 "그는 길을 잃었다. 급진 좌파에 접수됐고, 그 자신이 급진 좌파일지 모른다"며 "불행하게도 그는 더이상 하원 의장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는 탄핵 조사에 임할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보고서(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결탁 의혹을 조사한 특검보고서)에서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며 "우리가 이긴 줄 알았다, (탄핵 추진은) 끝난 건 줄 알았다"고 한탄했다고 전했다. 이어 "왜 그들은 조 바이든 부자(父子)는 심문을 안 하는 건가? 민주당이면 자동으로 보호를 받는다"고 자문자답했다.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가짜 뉴스’라고 칭하는 주류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네가 통화 내용에 대해 그런 거짓말을, 그런 끔찍한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 통화는 실제로 아무 죄가 없고 매우 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어떤 대통령도 내가 당한 일을 겪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