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
혁신. 2017년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출범하면서부터 금융당국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은 금융당국이 인터넷 은행 출범을 통해 기대한 목표이자 과제였다.
현재 인터넷 은행의 혁신성을 평가하자면 아쉬움이 크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간소화한 비대면 서비스 제공은 이제 시중은행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대면 상품 가입에서부터 환전까지 대부분의 업무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제공된다. 비대면 서비스 제공이라는 강점이 사라지니 시중은행과 인터넷 은행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은행의 유일한 장점인 금리 경쟁력마저도 비대면 영업에 따른 비용 절감에서 시작된 것일 뿐, ‘혁신’이라고 칭하기에는 과하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인터넷 은행 수준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줄지어 출시하는 가운데 인터넷 은행 이용만 고집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기존 출범한 인터넷 은행의 혁신성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또다시 새로운 인터넷 은행을 출범하려고 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이 묶여 본격적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당국의 새로운 인터넷 은행 출범 준비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예비 인가 심사 과정에서부터 혁신성에 대한 의구심은 새어 나온다. 당국은 예비 인가 신청 전부터 인가 기준에 맞춘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국이 정해놓은 틀 안에 참여 기업을 끼워 맞추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예비 인가 심사 기준에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력을 갖추고, 당국이 허용해 줄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적인 인터넷 은행 모델이 등장하기는 힘들다.
신규 인터넷 은행의 방점이 흥행에 찍혀서는 안 된다. 당장 당국의 위세를 들었다 놨다 할 단편적인 이슈 몰이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혁신성 있는 은행의 등장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업 점포 없이 비대면 영업만 한다고 해서 인터넷 은행이 아니다. 흥행을 위한 인터넷 은행은 결국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