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
집은 누가, 언제, 왜 사는 걸까. 신규분양단지에 청약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청약을 하고 집을 사는 사람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젊은 세대는 집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베이부머 세대는 은퇴하면 집을 팔거나 면적을 줄이는 다운사이징 현상이 나타나 전체적으로 주택수요가 준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 2017년 자료를 살펴보면, 내 집은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83.2%이다. 그런데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 비율, 즉 자가보유율은 61.1%다.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구보다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 비율이 훨씬 낮다. 전체 가구의 22.1%는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집이 없는 가구다. 이들 가구는 여건이 되면 언제든지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구다. 2017년에 우리나라 가구는 약 1,967만 가구다. 이 중에서 약 435만 가구는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집이 없는 가구라는 이야기가 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20대 64.5%, 30대 78.9%, 40대 82.3%, 50대 84.1%, 60대 87.4%, 70대 이상 89.6%로 높아진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20대도 절반이상은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사고자 하는 이유는 주거안정, 자산증식, 노후대책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자산증식 목적으로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가구는 전체의 6.5%에 불과하고, 20~30대 젊은 세대가 조금 더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거안정과 노후대책을 위해 집을 필요로 한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던 명제와 다르다. 젊은세대도 집을 산다. 노후세대도 집을 사고 싶어한다.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계층이 전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주택구입연령을 30~59세로 보고 시장을 분석한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주택구입연령을 30~79세로 확장해 보면 주택시장 수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을 정점(5,194만명)으로 감소한다 그런데 주택구입계층을 30~79세로 확장해보면 정점은 2031년으로 늘어난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는 당분간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가 줄거나 사라지지 않는 한 주택시장에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안정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8.2부동산대책 발표 후에 1년 만에 다시 9.13부동산대책을 발표했고, 1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공급규제정책을 활용해 시장을 규제하면 단기적인 가격하락 효과 이후에 장기적으로 서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상승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 따라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집 값 상승폭을 키울 수 있는 위험한 수단일 수 있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관리정책과 더불어 주택가격 오름폭이 커지고 있는 서울에 주택공급을 양적으로 늘릴 수 있는 단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 30만호 공급이 영향을 주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주택공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은 도심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발굴하고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서울시 1만호 공급계획과 더불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서울의 집 값 안정은 좋은 품질의 주택을 수요에 맞춰서 공급할 때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