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오세영 기자 |
며칠 전만 해도 ‘이 지독한 더위가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급격하게 커진 일교차로 롱패딩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코 끝이 시려지기 시작하니 처음 건설부동산부 기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때가 떠오른다.
기자는 출입처가 바뀌는 순간 신입사원이 된다. 출입처마다 몸으로 느껴지는 현장의 ‘온도’와 ‘용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용어라고는 ‘월세·전세·자가’ 밖에 몰랐던 나도 건설부동산 바닥에 온 이후 우왕좌왕의 연속이다.
웬만한 업계 용어들이야 친한 기자들에게 묻거나 사전을 찾으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단어를 업계에서 ‘어떻게’ 쓰느냐로 한 단계 파고 들면 다시 혼란이다. 집값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어느 날엔가 ‘몇 주 동안 하락하던 집값이 처음으로 올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일시적 상승인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지 궁금해 모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바보 같겠지만 나는 그 말을 ‘일시적 상승이니 곧 적정가격을 향해 내려갈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내가 이해한 ‘회복’은 온전히 무주택자들의 입장에서 비롯됐다. 집 없는 사람들이 주택을 구매하기 좋은 가격을 ‘호가’라고 인지해 버린 것이다. 대화가 이상하다고 느끼던 찰나 고맙게도 취재원이 먼저 "호가를 향해 상승할 때 회복이라고 해요"라고 알려주더라.
부동산 업계에서 수요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투자 혹은 실거주다. 이 바닥에서 ‘회복세’나 ‘침체기’와 같은 단어들은 철저하게 매도자와 투자자인 있는 자의 입장에서 쓰인다. 집값이 올라야 집을 팔았을 때 얻는 이익이 회복된다. 집값이 내려가면 구입했을 때 보다 싸게 팔아야 하니 차익이 나지 않아 침체다.
반대로 없는 자인 무주택자들에게는 최대한 적은 대출로 살 수 있는 가격이 ‘호가’다. 집값이 내려갈수록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높아지니 ‘호황’이다. 증여세나 종합부동산세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폭탄’이란 있는 자들에게는 세금을 일컫는 단어로 통한다. 없는 자들에게는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 자체가 폭탄이다.
투자와 실거주.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있는 자와 없는 자. 양극에서 비롯된 단어의 온도차는 너무 극명하다. 나는 기자로서 두 가지 측면을 고루 다뤄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우왕좌왕했던 신입사원의 티를 조금씩 벗어가면서 확신을 가진 부분이 있다. 부동산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단정지어지는 모든 차이는 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